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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린 일기


경찰서로 가야하는 그녀.
애린  2004-07-15 15:45:37, 조회 : 1,907, 추천 : 320



                   베트남 호치민시 대통령궁 3층에서 본 정문


태풍 전야처럼 고요하다가
갑자기 야자수 입이 신명 나게 춤을 추면
비가 올 징조다.
그 때
맞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향해 보면
파도 같은 구름이 땅바닥에 뒹굴고 있다.
먹구름 덩이에서 물이 세는 것이다.

한참 그 광경에 빠져 있는데 전화벨 소리가 났다.
어눌한 말씨가 들리면 베트남 과외 선생님이고
동시에 오늘은 수업을 할 수 없음을 직감 한다.

“여보세요? 저 뉴우에요.
오늘 저 세시에…경찰서 가야 해요. 그래서 오늘 수업을 할 수가 없어요.”
“어머? 왜요?”
“야베에(한국 주부 그룹과외) 다녀 오다가 과속에 걸렸어요.
그래서 오토바이를 공안에게 뺏겼어요.
벌금 내고 그 오토바이 찾아 와야 해서 오늘 수업 못해요.”
“아이쿠 조심하지…그래요… 잘 찾아오고 다음부턴 천천히 다니세요.”
“네…알았어요. 토요일 날에 만나요…안녕히 계세요.”

그런데 전화를 끊고 보니
그게 오늘 저녁 외출할 일이 있으니
될 수 있으면 일찍 와 달라고 부탁을 했던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걸 알았다.

그녀는 지금 호치민대학 한국어학과 3학년을 마치고
이 방학이 끝나는 9월이면
4 학년이 되는 대학생이다.

학교 기숙사에 귀신이 출현한 얘기를 해 줘서
나를 몇일 밤 잠을 못자게도  하던 그녀는
어쩔 땐 빨간 머리 앤 같기도 하고
어쩔 땐 나이를 다 먹은 어르신 같기도 하다.

그녀가 한국어 과를 택한 이유중 하나는
배우 배용준 때문이었다는데
얼마전 부터 그가 출연한 스캔들이 궁금해서
그 영화가 무척 보고싶다고 했다.

그래서 일본 아줌마들이 한국에 여행 가서 스캔들보고
울고  갔다는 인터넷 기사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리고 첫사랑 이미지의 대명사로 불리던 그가
바람의 황제가 된 것은
그만큼 연기를 잘해서 그렇다고
배용준의 가치를 높여 줬는데…
만약 스캔들을 보게 된다면 그녀는
진짜 놀라 뒤로 넘어질 것이다.

아무쪼록 무사히 오토바이를 찾아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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