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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린 일기


그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애린  2004-07-07 18:11:09, 조회 : 2,042, 추천 : 320




           살고 있는 아파트 현관.


고장 난 컴퓨터 스피커 대신
나는 헤드폰을 끼고 있었지.

얼마동안 음악을 듣고 있었는지 몰라도
갑자기 요란한 빗소리가 들려오는 거야.

순간  용수철처럼 튀어 오른 나는
뒷 베란다로 향해 쏜살같이 뛰었지.

꼬들꼬들 말라가는 빨래가 걱정이지만
그보다 빗물이 창 안으로 들어와 침대를 적시기 전에
꼭꼭 창문을 닫아야 했거든.

몇 걸음 뛰지도 않아
발가락에 와 닿는 기분 나쁜 촉감!
그리고 이어지는  비명!

까만 타이루 바닥에는 어느새
가느다란 블랙 강이 흐르고
사방에는 유리조각이
보석처럼 빛을 내고 있었지.

그것을 돌 볼 겨를도 없이
바쁘게 뛰어 갔건만
비는커녕 검은 구름마저
하늘을 채우지 못했어.

어느덧 가스렌즈 위에는
하얀 행주가  비누거품을 토하고
셔터 문만 닫은 채 열려진 현관 틈으로
때마침 산들바람이 들어와 주어서
식어버린 커피처럼 어두워진 내 마음을
날려 보낼 수가 있었지.

이윽고 깨어진 커피 잔을 치우고
자꾸만 퍼져가는 커피를
닦아내고 있었지.
그때 열려진 문 사이로 어떤 아줌마가
그런 나를 쳐다보고 있는거야.

그리고 눈이 마주친 그 멋진 여자가
“마담….있어요?” 라고 물어 오길래
순간 기분은 묘해졌지만
“네?….!
…아…저도… 한국 사람이에요.”라고 말해 주었어.
그러자 그녀는 금방 낯빛이 변하며
“아…제가 집을 잘못 찾아왔나 봐요.”그리고는
휑하니 사라져 버리는 거야.

그래, 그랬어.
그녀가 생각하기에 우리집에서
걸레질을 하는 이 초라한 여자가
있지도 않는 우리집 가정부가
청소를 하는 줄 알았나 봐.
그랬는데 뒤 늦게 한국 아줌마인줄  알고는
조금 미안했을까…
아니면 한심하다 생각했을까…

그런 저런 생각에 젖어 있다가 생각해 낸 정답은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200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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