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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린 일기


남다름이란 무었일까.
애린  2004-08-13 17:51:29, 조회 : 2,662, 추천 : 552



풀꽃을 시샘하는 바람


떠나는 쪽으로 치우치긴 했지만 막상 떠나려니 아이들 교육문제는 어쩔 수 없는 걸림돌로 남아 있었다. 대부분 교민들도 그런 걱정으로 한 두 해 떨어져 살다가 우리가족처럼 나머지 가족이 뒤 늦게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으니 사실 이 나라가  홀가분하게 떠나 올 수 있는 나라는 아니었다.

그런데 엊그제 외출을 하다가 중년의 부부를 만나고는 지금은 그때와 또 다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그 부부에게는 고1,고3에 다니는 두 아들이 있는데 조만간 대학에 들어가는 애들 때문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 실정이 대학 들어가기도 어려울 뿐더러 대학을 나와도 취직하기가 어렵고 해서 남다른 교육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며 이곳에 있는 외국대학엘 보내서 영어라도 확실하게 배우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직업을 여쭸더니 시내에다 식당을 차릴까 생각 중이라며 아저씨가 영어를 잘 하셔서 별 불편 없이 집을 구하러 다닐 수가 있다고 하셨다.

사실 영어만 할 줄 알아도 큰 불편 없이 다닐 수 있고 생활할 수 있는 나라가 이 나라였다. 얼마전 집을 구하러 다니다가 복덕방 아저씨의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자극을 받은 내 동생이 지금 영어공부에 푹 빠져 있는 걸 보면 공부는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불현듯 24시간 가동하는 업종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를 쓸 수 밖에 없었던 시절, 한국 사람들 한국말 밖에 할 줄 몰라 한국말 배우기가 제일 힘들었다는 한 외국인 노동자의 말이 생각난다. 참 자존심 상한 말이긴 하나 그게 현실인걸 어쩌겠는가...지금도 생각나는 중국계 필리핀인 에드윈은 4개 국어를 할 줄 알았다. 태어나서 기본적으로 영어와 그 나라 말은 배우고 할아버지가 중국인인 덕에 자연히 중국어를 배웠고 한국에 와서 한국어를 배웠다하니…그러고도 그들은 제 나라를 떠나 주, 야를 번갈아 일 할 수 밖에 없는 일자리 없는 나라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남다른 배움이란 게 무엇일까…
세계 속에서 보자면 한참 후진국인 이 나라 호치민 대학이 서울대를 한참 앞서고 있다는데 남다름이란 모래알 속에서도 보석의 결정체를 발견해 낸 만큼의 진가일까?

문득 한국을 떠난 지 석 달 이 지난 어느날  딸아이 방에서 발견한 일기가 생각난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많이 보고싶다.
한참 지혜랑 친해져서 같이 노래도 부르고
같이 견학도 갔었는데…

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
그때가 되면 한국에 돌아가서 공부할 수 있겠지.
그래서 내 친구들도 만나고 그 친구들이랑 놀 수 있겠지.
어서 빨리 커서 한국에 가서 살고싶다.

그날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들을 한국에 있는 대학교로 진학을 시키겠노라고 다짐을 했었다. 그런데 몇 개월이나 지났다고 이렇게 흔들리는지…모르겠다.

200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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