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캡

 

 

 

 

 


애린 일기


하늘이 구름이
애린  2008-05-21 23:10:56, 조회 : 2,326, 추천 : 349




    보고 싶다는 동생의 전화를 받고서야 우리형제는 다시 남녘으로 향했다. 엄마 살아계셨으면 여러 번 만났을 남매지만 어찌된 일인지 날이 갈수록 자욱한 안개 속을 거닐 듯 몽롱한 의식 속을 헤매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밤늦게 도착한 부산의 하늘에는 별무리가 둥둥 떠가는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떠가는 것은 별이 아니라 구름이었다. 그 옛날 동생들은 위독하신 아버지 소식을 할머니께 알리기 위해  큰댁으로 가는 언덕길에서 이제 막 기우는 달님 곁에 유난히 반짝이는 별을 보았다고 했다.
    그래서  어딜 가든 유난히 반짝이는 별을 보면 그곳에서 아부지가 지켜보고 계신다고 생각할 거라고 다짐했었다는 얘길 그 많은 세월이 흘러 엄마가 위독하실 무렵에 털어놓았다.





    그 시절 동생과 주고받은 편지를 나는 참 오랫동안 간직했었다.
    어쩌면 나는 좋은 시절에가리어 망각할지도 모를 내 그림자를 껴안기 위함이었는지도 모른다. 구지 그러지 않아도 내 의식의  멍에는 튼튼한데 말이다.

    동생은 어떤 날은 마당가에 채송화가 활짝 피었다고 했고, 어느 초여름엔 언니랑 만든 꽃밭에 수국이 활짝 피었다고 했다. 그러다 어떤 날에는 곤로에 된장국이 넘치고 있으니 그만 써야겠다고 했다. 아아-그때 나는 얼마나 고향이 그립고 얼마나 돌아가고 싶었던가...지금 생각해도 뜨거워진 눈시울을 피할 수 없다.





    부산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화장대 거울을 통해 나를 본 동생은 어쩌면 우리는 이렇게 안 닮을 수 있냐고 웃었다. 닮은 것이라곤 목소리 밖에 없다며 만약 그거라도 닮지 않았다면 나는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말을 믿었을지도 모른다고 동생은 말했다.

    정말 동생과 나는 닮은 구석이라곤 목소리밖에 없다. 그러나 목소리를 통해 닮은 구석은 너무도 많았다. 어린 날 만화영화가 끝나자 오랜 무덤 같은 초가집을 빠져나온 우리는 노을빛 물든 오솔길에서 가을 꽃다발을 만든 기억이 있다. 그날 우리 자매 가슴에는 그 어떤 바람에도 굴하지 않는 예민한 감성이 싹텄으리라.

    여수로 떠나기 전 언니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한사코 데려간 홍법사에서 동생은 ‘절에 처음 오는 사람은 일곱 번 절을 하는 거라며’ 자기가 하는 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된다고 해서 나는 어떨 결에 일곱 번의 절을 했다. 그리고 일어나 동생을 보니 그때 까지도 사뭇 진지한 몸짓으로 동생은 연신 절을 하는 것이었다.  그 순간 동생의 기도를 잠시 스치는 바람이 들었다면 가슴은 또 얼마나 아렸을까.





    서다가다를 반복한 남해 고속도로를 내달려 마침내 여수에 있는 엄마의 무덤가에 도착했다.
    49제 후 처음 본 엄마의 무덤은 산허리를 휘감은 작은 길을 따라 불다가 지친 마른 바람이 간혹 스칠 뿐, 너무도 쓸쓸한 햇볕이 그동안 어미 잃은 설움을 남몰래 이겨내던 자식들을 어루만져주었다.





    이윽고 우리는  무덤가에 연산홍 철쭉을 나란히 심고는 엄마께 다시 작별을 고했다. 산을 내려오면서  동생은 너무 일찍 간다며 엄마가 뭐라고 할 것 같다며 자꾸만 돌아보았다.





    자식사랑이 남달라 아직도 정을 떼지 못하는 우리엄마...어쩌면 그것이 힘든 시간 우리의 버팀목인지도 모른다고 파란 하늘이 뭉게구름이 서로를 흔들며 스치고 있었다.





331
흘러가는 것이 어디 강물이며 시간 뿐인가요.
삼라만상이 자연의 이치속에 잇거늘
이를 어찌 서럽다 하겠는지요
받아드리고 인정하고
준비해야지요

철쭉은 내년 봄에 피어나 그자리에서
살짝이 미소 머금어 줄테지요

모정의 그리움이 가슴에 남아
떠나질 않아 님의 맘이 아프네요
저 흘러가는 강물이
가는곳이 더 행복한 곳일수도 있지요
2008-05-22
21:56:56



애린
그래요...
모든건 흘러가는 거라고 했지요.
그렇게 흐름을 타렵니다.
그러다 간혹 스치는 내안의 그림자를 만나면
이렇게 털어내면서 말이에요.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2008-05-23
00:33:35

 


  추천하기   목록보기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80  강촌의 추억  [6]  애린 2006/05/28 560 19129
79  앞집 남자    애린 2005/01/28 428 3146
78  바로 옆에 있는 것.    애린 2005/01/17 533 3145
77  짐을 꾸리며.  [6]  애린 2005/08/08 359 3043
76  노을 물든 날  [2]  애린 2006/06/26 390 2958
75  세월은 마데카솔 연고처럼...  [1]  애린 2005/03/23 378 2940
74  슬픈 도라지 꽃  [6]  애린 2005/07/07 400 2927
73  회상 (웃서고지 오르는 길)    애린 2008/01/30 417 2922
72  회상2 (내 오래된 동화)  [1]  애린 2011/10/04 320 2910
71  반딧불이  [2]  애린 2005/12/14 465 2893
70  미열  [4]  애린 2006/04/21 401 2847
69  가을비  [6]  애린 2005/10/23 427 2830
68  그녀에게서 풀 냄새가 난다.  [3]  애린 2005/06/15 398 2810
67  어느 고마운 날의 단상    애린 2005/02/21 403 2784
66  사춘기  [2]  애린 2006/03/05 412 2771
65  지는 꽃처럼 봄은 떠나고...  [1]  애린 2005/05/04 407 2771
64  그 여름날의 추억  [4]  애린 2006/08/19 634 2770
63  내 그리운 찰나  [4]  애린 2007/05/17 345 2732
62  회상3 ( 유년의 숲)    애린 2012/06/28 377 2725
Notice  저품질 사진 원인  [1]  애린 2011/11/24 398 2707
60  퇴근 길    애린 2007/02/07 377 2686
59  무엇이 옳은 걸까.  [9]  애린 2006/09/17 367 2663
58  감 꽃  [5]  애린 2006/07/08 374 2573
57  여백  [9]  애린 2006/08/01 363 2566
56  가을녘에서...  [5]  애린 2006/11/15 356 2502
55  목마름    애린 2007/07/12 381 2477
54  운명은...  [1]  이종희 2004/09/15 474 2475
53   물은 흐르고 흘러서...  [2]  애린 2005/01/06 386 2450
52  내 안을 흔드는 바람  [3]  애린 2007/10/25 345 2404
51  아득히 먼 시간 사이로...  [2]  애린 2004/10/23 358 2369
50  영화는 끝나고.    애린 2007/01/15 371 2363
 하늘이 구름이  [2]  애린 2008/05/21 349 2326
48  안도 가는 길...  [6]  애린 2009/08/15 357 2310
47  보름달이 기우니...  [3]  애린 2004/10/02 317 2305
46  뜻밖의 봄  [2]  애린 2006/10/02 346 2259
45  강물은 흘러가고...    애린 2007/08/13 284 2246
44  단풍    애린 2007/11/20 308 2235
43  바람이 기댈 곳은...    애린 2008/07/03 352 2192
42  가을이야기.    애린 2008/10/31 287 2190
41  그늘은 봄바람에 말리고...  [2]  애린 2008/04/26 349 2175
40  쑥 그리고 그리움  [2]  애린 2010/05/17 278 2173
39  엘리베이터에서 생긴 일.    애린 2004/10/07 356 2164
38  나에게    애린 2008/08/15 311 2145
37  다시 침수된 땅.  [1]  애린 2004/10/18 313 2124
36  강물처럼 흘러가는 길.  [3]  애린 2004/11/25 293 2116
35  물 빛 그리움  [3]  애린 2008/11/30 301 2098
34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애린 2004/08/28 334 2097
33  꿈 이야기    애린 2008/01/09 339 2088
32  뒷 모습    애린 2008/09/21 360 2082
31  바람의 말  [4]  애린 2009/07/06 319 2070
30  수제비    애린 2009/02/22 277 2047
29  대책 없이 설레어서...    애린 2004/08/20 288 2040
28  따사로움  [2]  애린 2008/11/16 297 2036
27  푸른 길 따라....  [5]  애린 2010/08/25 297 2000
26  짝꿍    애린 2008/09/07 296 1991
25  한 밤 중에...    애린 2008/11/09 319 1972
24  내 안을 흔드는 바람(2)  [2]  애린 2009/05/04 283 1965
23  생일    애린 2008/10/05 299 1953
22      애린 2009/03/08 290 1946
21  남다름이란 무었일까.    애린 2004/08/13 326 1934

    목록보기 다음페이지 1 [2]
       

Copyright 1999-2019 Zeroboard / skin by z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