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캡

 

 

 

 

 


애린 일기


내 그리운 찰나
애린  2007-05-17 20:39:05, 조회 : 2,731, 추천 : 345


      강원도 도사곡리를 다시 찾게 되었다.
      다소 밀릴 것을 예상한 우리는 내부순환도로를 통과해 서울 외곽도로를 달려 양수리를 거쳤다.

      출발부터 심상찮다 싶었는데 서울을 빠져나가기도 전에 빗방울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꽤 많은 비가 내렸던지 어느 좁은 길에서 자동차는 물보라를 일으켰고, 그 순간 아들 녀석의 환호성은 대단했다. 이처럼 아들의 표현은 매사에 적극적이고 또 긍정이 있다.

      거리마다 길목마다 눈에 띄게 푸른 가로수들이 비바람에 온몸을 맡기는 것이 애처롭기보다는 당당하고 멋스러웠다. 회색으로 얼룩진 날씨인데도 초록은 온 산을 번져  두물머리까지 물들고 있었다.

      정지해 두고 싶은 시간을 스쳐 어느덧 도착한 도사곡리는 새로운 비단길이 놓여있었다. 지난해 강물이 마을 끝까지 차오르는 바람에 다시 공사를 했다고 한다.





      줄곧 따라오던 빗줄기가 점점 쇠락의 기운을 보이더니 어느새 작은 별무리가 산등성 머리위에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 별을 보면서 텐트를 쳤고, 그것으로 강변의 야영은 시작되었다.

      이윽고 숯불에 고기도 굽고 밥도 지어 일찍 저녁을 끝낼 쯤이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하루살이 때들이 불빛이 제집인 냥 까맣게 에워싸 버렸다.

      갑작스런 습격에 모두들 그것들을 몰아내는 것이 급선무였고, 그러는 사이 튼튼하게 묶어두었던 파라솔 하나가 강물 위를 돌며 떠내려가는 것 이였다.

      주범은 돌풍이었다. 그 바람은 텐트와 우리의 호흡을 무너뜨리고는 급기야 장대비를 몰고 왔다.

      느닷없는 일에 당황한 우리는  비설거지를 어떻게 했는지 모르게 물에 빠진 생쥐행색을 하고서야 지난해 묵었던 민박집을 다시 찾게 된 것이었다.





      “안개 좀 봐라 참 멋지지 않냐?” 는 옆방 일행의 목소리가 꿈결처럼 들렸다. 간밤 탱크가 지나갈 정도의 코골이 아저씨 덕에 잠을 설친 나를 따뜻한 아랫목이 늪인 냥 끓여 당겼지만, 나는 냉정하게 뿌리치고 방문을 나섰다.

      문 앞은 그야말로 아득한 하얀색...정말 안개였다.
      몇 포기의 풀과 몇 구루의 나무가 없었다면 나는 아마 이어진 모든 길을 따라 나서고 싶었을 거다.


        


      지난날의 상처와 지난날의 슬픔을 안개 같은 백지로 덮고픈 소망이 있었지.
      그럴 때면 나는 먼저 눈물부터 앞섰다. 궁핍 했던 내 안의 감정도 이런 찰나를 기다렸던 것일까. 그래서 승천 못한 안개처럼 강이 되어 유유히 흘러보고픈 걸까...
      안개와 나만이 한참동안 자리한 공간 사이로 희미하게 아침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안개 걷힌 세상은 간밤 비 때문인지 더욱 눈부신 초록의 잔치였다.

      이윽고 돌아오는 길은 며느리 고개를 넘어 국도를 선택했다. 고불고불 산길에 난 도로를 달리다가도 어느 한적한 곳에 정차해 쑥과 나물을 뜯기도 했고, 잠시 그 햇살에 마음을 말리기도 했다.





      그럴 때면 우리는 늘 일행의 중간에 끼어있었다. 전날에 뒤 늦게 도착한 까닭이 너무 멋진 풍경을 그냥 스치지 못했었노라고 섣불리 고백을 한 탓이었다. 영문도 모르고 걱정하며 기다리던 시간을 다시 재현하긴 그랬는지 일행은 끝까지 우리차를 포위하고 달렸다.





      높고 푸른 산속에  옹기종기 모여 살던 마을 사람들은 다 어디로 떠난 것인지, 이미 폐가가 되어 인적이 끊기는가 싶던 마을에 고풍스런 카페가 들어서 있기도 했다.




      꿈속에서도 만나지 못했던 내 생애의 첫 새벽길을 따라 달리고 달려 마침내 밤벌유원지에 도착했다.

      그곳의 아름드리나무는 밤나무가 아닌 포플러였다. 때마침 부는 바람에 포플러 잎은 찰랑찰랑 소리가났고, 그것은  내 유년의 노랫가락처럼 맑고 경쾌했다.





      늘 바쁨에 익숙해 무엇을 보고 느낄 새도 없이 직진하던 사람들... 이렇게 먼 길 휘어 돌아 청평호를 스치던 내 안의 탄성은 지난날 내 그리운 찰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어느 오월에 떠났던 달콤한  여행처럼...




      2007.5.13 .강원도 여행길...
      글,사진/애린
      배경음악/내마음의 보석상자


      강촌의 추억 바로가기

            

      * 애린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7-05-27 23:59)


애린
도사곡리는
지난해 수해로 많은 풀과 나무가 사라지고 지형이 바뀌어 있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산골 풍경이 있었습니다.

강촌의 추억 바로가기를 누르시면
지난해 담은 풍경이 있습니다.
2007-05-18
00:35:21

 


쉬리
고운 글과 사진으로
연두빛 추억의 길로 함께 동참하고 있습니다.
같은 곳을 다시 찾는 것은
그만큼 정이 서린 곳이겠지요...
보는 것만으로도 확연한 공감입니다....^^*
2007-05-18
02:33:37

 


애린
민박집에서 저 강을 내려다보면 풍요로운 여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오래 오래 살아야 한다면
그 여유마저 말릴만큼 외로움이 자리할 것 같았습니다.
2007-05-19
18:45:40

 


애린
답글모음

리코미
마치 내가 산속을 여행하고 오는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혀 멋진 여행을 하고왔다고 생각이 듭니다.
애린님 그리 대수로운 여행이 아닐수도 있으련만 그리도 풍요로운 감사로 여행을 즐기시고 오시는 여유로운 마음이 부럽습니다.
애린님 ! 강원도 도사곡리의 여행 참 부럽습니다. 2007-05-18
06:37:11




天子峰
아 ------------------------------ !! 2007-05-18
07:21:20




영원해병
유쾌.통쾌.상쾌.진쾌(眞快)
이름 하여_____사쾌(四快)

평범한 표현속에 여행의 멋스러움이 있습니다.

가뭄에 콩날것 같은 애린님의 게시물이
천자봉 쉼터를 찾아오는
눈팅 나그네의 눈(眼)을
새로운 감각으로 쉬고 가게하는 윤활유 역활을
합니다.

이 자연의 사진 작품에
거기에 멋스러움을 가하기 위해서
덧 붙인 글들이
노력한 흔적들이 역역 합니다.
가정에 복(福)스러움이 있길 기원 합니다. ㅎ 2007-05-18
08:20:19




아즈라엘
오늘 종일 비가 오락가락 하네요.

애린님, 좋은 여행 하셨군요.

저도 잠시나마 애린님의 사진속으로

여행을 떠나봅니다.

음악 좀 가져갈께요^^ 2007-05-18
17:05:43




애린
라코미님 반갑습니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쉬이 떠날 수 없는 것이 제 여행입니다.
귀한 만큼 제 안의 기쁨도 크겠지요.
좋은 것을 보면 머물고 싶고
혹 아파하면 어루만지고픈 마음이 있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천자봉님
지금은 어디에 계신가요?
무선 인터넷이
참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좋아보입니다.
늘...평안하세요.

영원해병님
님의 댓글을 가만 따라가 보면
예사롭지 않는 판단이 생갑니다.
그거....맞지요?
감사합니다.

아즈라엘님 반갑습니다.
오늘은 토요일
일찍 퇴근하고
오랜만에 여유로운 낮잠을 즐겼습니다.
휴식은 역시 에너지원인 걸 알겠습니다.
주말 내내 행복하십시오...


스마일
넘 멋져요 07.05.18 09:13
답글 애린 반갑습니다.스마일님 ....참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건강하세요. 21:57
수정 I 삭제

잎싹
보는 순간, 아, 저 빛 가슴에 닿는 순간 온 몸이 찌릿함은... 와아~~ 저 연둣빛, 소름끼치도록 아름다운 5월 빛... 07.05.18 09:49
답글 애린 포플러를 직접 보셨다면...잎싹님 정말 좋으셨을거에요. 잠시였지만 오래 기억에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아요.. 21:59
수정 I 삭제

들꽃
글도 사진도 가슴을 푹 적시네요. 언제나처럼. 07.05.18 10:50
답글 애린 들꽃님 잘 계시지요? 언젠가 우리가 만난 것 처럼 애린홈 첫번개를 하게 되었습니다. 축하해 주세요. 그날에는 오랫동안 몸담은 제 고향홈 식구들도 함께한답니다. 건강하세요. 22:00
수정 I 삭제

블루바이올렛
우리도 국도여행을 즐겨요....풍경스케치가 차암~ 잘 아름답게 묘사되어 직접다녀온 듯 합니다... 07.05.18 15:56
답글 애린 저도 국도를 좋아해요. 먼 길 휘어 돌아도 보고 느낄 수 있는 여운과 이런 귀한 찰나가 있거든요, 반갑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22:01


소공
5월의 푸른빛이 너무나도 이쁘네요...
2007.05.18 - 00:28


해송
이곳에 자주들려 고향소식, 동향을 접하곤 하는
여남중 출신녀입니다...
오월의 푸르름이 참 아름다워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네요....
2007.05.18 - 17:50


쏨벵이
오호! 역시~

관동별곡의 본 고장다운 강원도의 빼어난 산수풍경에
그대의 유려한 글솜씨가 곁들어
현대판 관동별곡을 한편 읽은듯한 촉촉한 기분이구료.

조선중기 가사문학을 대표하는 관동별곡은
송강 정철이 관찰사로 부임하여 강원도일대를 유람하며
자연풍광에 대한 감회와 느낌을 빼어난 글솜씨로 표현한 걸작이지요.
그 관동별곡이 아무리 뛰어난들 어찌 애린님의 작품만 하리오.^^

멋진풍경을 감상하고 돌아와 사진과 해설까지 덧붙여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자 하는마음은 아름다운 나눔의 보시라 할수있소.
허나 객지에 불과한 그곳을 너무 추켜세우다 보면
자연히 고향의 섬풍경은 안개에 덮인듯 희미하게 퇴색되는 법이라
스쳐가는 나그네에 반해 조강지부를 천히 여길까 우려돼기도...
설마 그러지는 않으시겠지만..하핫..
2007.05.18 - 21:07


애린
소공님...그래요...지금은 계절의 여왕이라는 오월 이지요.
그런 날에 곱지 않은 게 또 어디 있겠어요.
연두빛,초록빛 저도 참 좋아하는 색입니다.
그런데 가끔은 그런 마음을 접고 싶을 때가 있지요.
일방적인 사랑이란 참 슬픈 거예요. 그렇죠?
그런데... 그게 아니었네요. 제 맘을 알고 있는 듯 초록은
이렇게 곱게 자리해주었거든요. 행복했습니다.

해송님 반갑습니다.
어떤 날에의 독백은 참 슬퍼요.
그런데...저기 도사곡리 민박집 아낙도 그런 것 같았어요.
나그네를 볼라치면 그 세상 속의 이름이고 싶어 했거든요.

늘 새벽이면 안개가 떠오르고
구국 구구국 산비둘기가 울고
오다가다 들리는 나그네가 있어도
참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요....결국엔 저도 그 아낙도 뫼비우스의 띠였던 것입니다.
그 안에 님도 공존하고 계시네요.
종종 흔적 남겨주세요. 건강하시구요.

쏨벵이님
그 고기는 쏘는 거 맞지요?
맘껏 그 바다를 유영하고픈데 붙잡아 버리면 쿡 쏴 버리는
그 조그만 물고기...
여적 그 고기에게 쏘여본 적은 없지만 그 고기를 만나면
그렇다 하니 그런 줄 알고 언제든 조심하고 있지요.

떠나보고 만나보고 또 겪다보면 알아지데요.
내 자리한 공간과 그 안의 나를...

아무리 먼 길 칠흑같은 밤이어도
결국 돌아오는 길을 알고 있습니다.
너무 애태우지 마시어요.ㅎㅎ
2007-05-19
2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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