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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린 일기


무엇이 옳은 걸까.
애린  2006-09-17 00:20:57, 조회 : 2,764, 추천 : 378






        더 이상 나쁜 일을 겪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자만이 너무 앞선 탓이었을까. 딱 일 년 만에 쿵! 하고 내 심장이 내려앉은 기분이었다.

        사색이 되어 사고소식을 전해주던 그니는 극도로 감정을 제어하고 있었지만, 그의 얼굴에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갑작스런 일에 놀랄 겨를도 없이 달려간 병원 로비에는 한쪽 팔을 붕대로 칭칭 동여맨 채 힘없이 앉아있는 남편이 보였고, 그때서야 비로소 나는 떨린 마음을 진정 시킬 수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트럭 기사아저씨가 바쁜 일정 관계로 가파른 길에서 시동을 켠 채 짐을 실으면서였다. 미끄러져 내려가는 트럭을 발견한 남편은 순식간에 트럭 문을 열었고, 사이드브레이크가 채워진 걸 확인 하고는 벽 쪽으로 핸들을 돌렸는데, 그 다음은 목격자로 인해 알게 되었다.

        트럭이 미끄러지면서 주차된 차와의 거리가 가까워졌고, 주차된 차와 트럭 문이 부딪히면서 핸들을 돌리던 남편이 떨어지게 되었단다. 그리고 떨어진 남편은 차 아랫부분에 끼인 채 언덕길을 내려갔다는 거다.

        다행이 트럭은 돌려진 핸들 덕에 얼마안가 전신주를 들이 박고 멈추게 되었지만, 남편의 한쪽 팔은 아스팔트에 깎이어 엉망이 되고 말았다.

        그걸 목격했던 사람들 말에 의하면 하마터면 대형 참사가 발생하게 되는 순간이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 길에는 수많은 차들이 비스듬하게 주차되어 있었고, 가파른 길이 끝나는 사거리에는 마침 하교를 하는 초등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보험 처리를 차일피일 미루던 트럭 아저씨가 일주일 만에 보험사에 접수를 해 두었다는 통보를 해 왔다. 그리고 그 이튿날 입원실에 도착한 보험사 직원은 비교적 세밀하게 질문을 했고 남편은 사실 그대로 답변을 했다. 그리고 이틀 후면 나온다는 결과는 일주일이 지난 후에야 자손으로 처리 되었다는 통보를 해왔다.

        이유인 즉, 남편이 핸들을 만졌기 때문에 운행 중으로 보아야 옳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은 지금껏 이런 선례가 없어 보험사 측에서도 약간의 의견 충돌이 있었고, 결국엔 서류가 본사까지 올라갔기 때문이란다.

        언덕길을 내려가는 빈차가 돌린 핸들 덕분에 멈추게 했는데 핸들을 만졌기 때문에 자손 처리가 되었다는 것은 정말이지 납득하기 어려웠다.

        자손은 급수별 보상금액이 있는데 그렇게 해서 할당된 보상비는 180만원이었고, 보름간 입원해서 치료받은 비용이 182만원이었다. 그리고 그 급수는 일주일 입원만 적용되기 때문에 남은 입원실료 20만원은 자비로 감당해야 된다고 했다. 그에 따른 진단은 우측 상완부 및 전완부 관범위 피부 결손,다발성 찰과상(양측 겹갑부),우측 견관절 염좌,뇌진탕, 경추부 염좌이다.그리고 또 피부 결손부 상처는 상당히 오랜 기간 통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진단도 내려졌다.

        이런 가당치 않는 일을 겪기 때문에 사람은 사람으로 살아가기가 억울하다는 것인가 보다.
        따지고 보자면 이런 세상에  이만큼의 보상이라도 나온 것이 어쩌면 불행 중 다행인지도 모른다. 남의 빈차가 내려가건 말건, 그래서 어떤 큰 사고가 나건, 누가 그런 일을 하라고 했냐고 발끈하면 우리는 또 뭐라 말할 것인가.

        이런 일을 지켜보던 어떤 분은 지난해 겪었던 일을 가만 들려주셨다.

        회사 동료와 함께 회사차를 타고 애기봉을 가게 되었는데, 한적한 도로에 들어서자 갑자기 나타난 여자아이가 도와달라고 외치더란다. 그 표정이 어찌나 다급하고 불안한지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는데 기사 아저씨는 그냥 스치고 말더란다. 하여 저런 애를 두고 어떻게 그냥 갈 수 있냐고 따지니 한참 만에 꺼낸 그 아저씨의 말이 “저런 애들 구해줘 봤자 귀찮은 일만 생겨요.” 였단다.

        규범이란 무엇일까.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위해 사람이 법을 만들었다면 그 기본적인 사람의 정신을 교란 시키는 것은 또 무엇인가. 사람이 법의 테두리 때문에 기본적인 윤리의식까지 흔들리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사람을 헤치는 범죄가 아닌가. 그래서 그 아이는 누가 구해줄 것이고, 사람임을 포기하고 스쳐버린 그 사람은 누가 비난할 것인가.

        그렇게 살다보니 원망할 그 무엇도 만들고 싶지 않은 인간은 사막이 되어가고, 그것이 진리인 냥 더 냉정함을 갈구한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내가 이렇게 세상을 향해 빗장을 걸어둔 것처럼 보여도 그 여자 아이를 불현듯 만난다면 나의 원초적 본능은 차를 세우고 구할 것으로 안다. 왜냐하면 가슴으로 세상을 보려는 우리의 기본적인 성품은 그러지 못한 후 가슴을 억누르는 무게를 견딜 수 없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바 위
존글 고맙습니다...

인성 품성 품격 법
治氣가 무엇이지 생각하게 됩니다.
부군의 완치을 기원합니다...

선생님 ~
제안합니다
오마이뉴스 기사화 해주세요.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 @@@
2006-09-18
15:17:37



天子峰
잘 계시지요 ~ 가을에도 --- 2006-09-18
20:56:00

 


애린
안녕하세요 바위님.
이번 일로 많은 것을 배웠고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남편은 나날이 좋아지고 있고요.
정말 천만다행이라는 말,
그 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평소에 나쁜 일이다 싶은 것은
잊여버리는 습관을 들이고 있는데
한번쯤 생각해도 괜찮겠다 싶어 풀어보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생각은 아직 해 보지 못했습니다.
건강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천자봉님!
천자봉님께서도 잘 계시지요? ㅎㅎ
이 답글 쓰면서 저 여러번 졸고 있습니다.
2006-09-19
23:05:19

 


들꽃
애린 님,
얼마나 놀라셨어요.
제 글방에 '희정'이가 쪽지를 보냈어요.
사고 소식 아느냐고.
깜짝 놀라서 들렀어요.
생각보다 큰 사고가 아니어서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남편께서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니 또한 얼마나 다행인지요.
착한 일 하는 사랑 인정받는 사회를
기대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까요?
아니겠지요?
2006-09-25
20:23:07



애린
들꽃님 오랜만이에요.
요즘 제 마음이 많이 우울했습니다.
남편 입원 중에 친정 엄마도 입원을 하셨거든요.
초보운전 내 동생이 그 새벽에 엄마를 모시러 가다가 길을 잃고는
한 참 울었다는 뒷 얘기를 들으며 맘이 어찌나 아프던지요.
오늘도 직장과 병원을 오가며 슈퍼우먼이 되어있을 동생이
한 없이 안스럽고 미안합니다.

이번 추석에는 미리 시댁 양해를 구해두어
친정 엄마와 동생네 가족과 함께 추석을 보낼 생각입니다.

그만하기 정말 다행이지요?
선행을 인정 받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자칫 잘못하면 가해자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억울하지요.

며칠, 많이 우울하다 오늘은 화분가게에서 풍란을 샀습니다.
그리고 몇 달 전 남편이 다듬어 준 나무에다 목부작을 만들었습니다.
그 순간만은 내 안의 그늘도 걷어주었습니다.

이런 날들도 살아가는 한 모습일텐데
왜 그렇게 두렵고 힘들었을까요.
오늘은 동생에게
이제는 조금씩만 걱정하고
순리대로 살아가자고 말했습니다.
들꽃님 저... 잘하고 있는 거지요?
건강 조심하구요...
2006-09-26
00:30:34

 


노을
곁지기가 입원 운운 하셔서 어디가 불편한가
궁굼했는데 오늘 일기를 보고 알았네요
놀라고 아퍼서 많이 고생 하시겠지만
불치의 병이 아니니 우선 안심이고
억울한 마음은 현명하신 애린님이
잘 치유 하시리라 믿어요
이보다 더 불행한일이 아니어서 다행이라
위로 드립니다
2006-10-01
22:59:10



애린
감사합니다 노을님.
지금은 우리 엄마의 건강을 기원하고
덤으로 이루어질 소망이 있다면
제 옆지기가 피부이식을 받지 않아도
깎인살이 무사히 다 채워지는 것입니다.

여러날 힘든 마음을 들켜서 죄송하고
더 힘든 일들을 겪고도 의연하게 잘 견디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행운을 기원합니다.
노을님도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2006-10-02
01:02:20

 


전성희
오랜만에 들렀는데...
안타갑게도 사고소식이 있군요^^
얼마나 놀라셨어요?
애린님의 순박하고 따스한 마음에
금방 새살이 돋을거예요...
애린님의 가정이 늘 행복하길 기도할께요^^
2006-10-11
09:16:33



애린
성희님 반갑네요.
건강하지요?
아무리 바쁘고 힘들 나날을 보내어도
그 안에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오늘 밤에는 오랜만에 울 엄마 맛사지 해 드리며
엄마 얼굴 호강한다며 이럴땐 그동안 무심한 내 얼굴에게
많이 미안하다고 했습니다.ㅎㅎㅎ
요즘은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제 삶을 제가 열심히 즐기고 있는거지요...

성희님 고마워요...자주 오세요.행복하구요.
2006-10-12
00: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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