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캡

 

 

 

 

 


애린 일기


바로 옆에 있는 것.
애린  2005-01-17 11:41:13, 조회 : 3,144, 추천 : 533






      며칠 밤 낮 들리던 음악이 이제는 끊기나 싶었는데 느닷없이 행진곡이 새벽공기를 부수고 있었다. 길 건너 새집을 방문한 장의사 직원들의 연주였다.

      고인이 이승을 떠나자마자 그런 음악을 틀어 놓는 건  이승에서 지었던 죄를 깨끗이 씻는 의식과 구천을 떠도는 혼령들이 상가 집으로 몰려드는데 그들을 몰아내기위해서라고 한다. 그래서 그 음악은 이 나라 사람들에게 굉장히 무섭고 소름 끼치는 소리로 들리는데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 온 동네에 퍼지는 이 소리를 모두는 견디어준다.

      창문을 내다보니 동녘엔 힘없이 피어 오르는 놀이 보인다. 이른 시간인데도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그 집을 에워 싸고 있었다. 그리고 극에 다다르던 악단의 연주가 사그라지자 한 제군이 하얀 종이를 태우는 모습이 보였다. 장례식은 이제 끝이 났는지 노란 장삼을 입은 스님이 길 떠날 준비를 한다.

      결혼식의 택일을 잡듯 장례식 또한 택일이 필요하고 그런 모든 절차를 스님이 정하기 때문에 스님은 이 나라 장례식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한다.

      이윽고 스님 뒤를 하얀 상복을 입은 상주와 어린 두 상제가 일렬로 따르고 있다. 그리고 관을 맨 제군들 뒤를 베사무쵸를 연주하는 악단들이 현란한 춤을 추는 지휘자를 따라 행진을 하고, 잠시 후 영구차는 동쪽으로 난 길을 따라 유유히 사라졌다.

      몇 달 전 나는 집을 짓기 위해 땅을 고르는 그 집 가족들을 보았다. 그 때 그들은 얼마나 부푼 꿈에 젖어 있었을까. 새집 주인과 이웃하며 살던 잡초가 여전히 힘을 잃고 빈터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모두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후 덩그러니 남은 새집은 오늘따라 유난히 황량해 보인다.

      죽음이란 태어날 때부터 바로 옆에 있는 것인데, 짧은 생명에 취해 살라갈 뿐이라고 한다. 이미 그것과 마주친 이들처럼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감사한 마음으로 열린 하루 열심히 그리고 기쁘게 살아야겠다.

        



  추천하기   목록보기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80  강촌의 추억  [6]  애린 2006/05/28 560 19129
79  앞집 남자    애린 2005/01/28 428 3146
 바로 옆에 있는 것.    애린 2005/01/17 533 3144
77  짐을 꾸리며.  [6]  애린 2005/08/08 359 3043
76  노을 물든 날  [2]  애린 2006/06/26 390 2958
75  세월은 마데카솔 연고처럼...  [1]  애린 2005/03/23 378 2940
74  슬픈 도라지 꽃  [6]  애린 2005/07/07 400 2927
73  회상 (웃서고지 오르는 길)    애린 2008/01/30 417 2921
72  회상2 (내 오래된 동화)  [1]  애린 2011/10/04 320 2909
71  반딧불이  [2]  애린 2005/12/14 465 2893
70  미열  [4]  애린 2006/04/21 401 2846
69  가을비  [6]  애린 2005/10/23 427 2830
68  그녀에게서 풀 냄새가 난다.  [3]  애린 2005/06/15 398 2809
67  어느 고마운 날의 단상    애린 2005/02/21 403 2783
66  사춘기  [2]  애린 2006/03/05 412 2771
65  지는 꽃처럼 봄은 떠나고...  [1]  애린 2005/05/04 407 2771
64  그 여름날의 추억  [4]  애린 2006/08/19 634 2769
63  내 그리운 찰나  [4]  애린 2007/05/17 345 2731
62  회상3 ( 유년의 숲)    애린 2012/06/28 377 2724
Notice  저품질 사진 원인  [1]  애린 2011/11/24 398 2705
60  퇴근 길    애린 2007/02/07 377 2685
59  무엇이 옳은 걸까.  [9]  애린 2006/09/17 367 2663
58  감 꽃  [5]  애린 2006/07/08 374 2573
57  여백  [9]  애린 2006/08/01 363 2566
56  가을녘에서...  [5]  애린 2006/11/15 356 2502
55  목마름    애린 2007/07/12 381 2477
54  운명은...  [1]  이종희 2004/09/15 474 2474
53   물은 흐르고 흘러서...  [2]  애린 2005/01/06 386 2450
52  내 안을 흔드는 바람  [3]  애린 2007/10/25 345 2403
51  아득히 먼 시간 사이로...  [2]  애린 2004/10/23 358 2369
50  영화는 끝나고.    애린 2007/01/15 371 2363
49  하늘이 구름이  [2]  애린 2008/05/21 349 2326
48  안도 가는 길...  [6]  애린 2009/08/15 357 2309
47  보름달이 기우니...  [3]  애린 2004/10/02 317 2304
46  뜻밖의 봄  [2]  애린 2006/10/02 346 2258
45  강물은 흘러가고...    애린 2007/08/13 284 2246
44  단풍    애린 2007/11/20 308 2234
43  바람이 기댈 곳은...    애린 2008/07/03 352 2192
42  가을이야기.    애린 2008/10/31 287 2189
41  그늘은 봄바람에 말리고...  [2]  애린 2008/04/26 349 2175
40  쑥 그리고 그리움  [2]  애린 2010/05/17 278 2173
39  엘리베이터에서 생긴 일.    애린 2004/10/07 356 2164
38  나에게    애린 2008/08/15 311 2145
37  다시 침수된 땅.  [1]  애린 2004/10/18 313 2124
36  강물처럼 흘러가는 길.  [3]  애린 2004/11/25 293 2116
35  물 빛 그리움  [3]  애린 2008/11/30 301 2098
34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애린 2004/08/28 334 2096
33  꿈 이야기    애린 2008/01/09 339 2088
32  뒷 모습    애린 2008/09/21 360 2082
31  바람의 말  [4]  애린 2009/07/06 319 2070
30  수제비    애린 2009/02/22 277 2046
29  대책 없이 설레어서...    애린 2004/08/20 288 2040
28  따사로움  [2]  애린 2008/11/16 297 2035
27  푸른 길 따라....  [5]  애린 2010/08/25 297 2000
26  짝꿍    애린 2008/09/07 296 1991
25  한 밤 중에...    애린 2008/11/09 319 1971
24  내 안을 흔드는 바람(2)  [2]  애린 2009/05/04 283 1965
23  생일    애린 2008/10/05 299 1952
22      애린 2009/03/08 290 1945
21  남다름이란 무었일까.    애린 2004/08/13 326 1933

    목록보기 다음페이지 1 [2]
       

Copyright 1999-2019 Zeroboard / skin by z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