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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린 일기


강물처럼 흘러가는 길.
애린  2004-11-25 13:33:58, 조회 : 2,115, 추천 : 293





    엄마가 홀로 사시는 섬 집 주방에는 언제나 두 대나 되는 대형 냉장고의 전원이 켜져 있다. 그 냉장고 속에는 틈틈이  모으신 생선과 그 알량한 텃밭의 곡식들이 차곡차곡 채워졌고, 다 채워졌다 싶으면 엄마는 어김없이 박스 속에 나누시어 자식들에게 부치곤 하셨다.

    그런 엄마가 베트남에 살고 있는 우리들을 만나기 위해 고향을 떠나 서울 오빠 댁에 잠시 머무르시면서 애를 태우고 계시다는 소식이 들렸다. 한 사람 당 40kg의 짐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그렇게 만류했건만 엄마는 기어코 먹거리를 욕심껏 준비하셨던 모양이다.

    엄마의 계산 속에는 베트남으로 같이 떠날 큰 아들에게 할당된 무게까지 포함되었던 모양인데, 베트남에 있는 여러 거래처의 짐 부탁을 외면할 수 없었던 오빠는 어쩔 수 없이 엄마가 준비한 짐을 덜어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짐 속에는 엄마의 텃밭에서 애지중지 길러 담은 배추 김치와 총각김치가 있었는데 엄마다운 고집이 한 몫 해준 덕에 결국 우리집 밥상에까지 오를 수 있게 되었다.그런데도 여전히 엄마는 가져오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이 대단하시다.

    지금으로부터 이태 전쯤 되었을 것이다. 보름간이나 홀로 병원을 다니시면서도 엄마는 앞선 자식들의 걱정에 당신의 병을 알리지 않으신 일이 있었다. 매일 엄마의 안부를 확인하던 오빠가 엄마를 서울 병원으로 모시기 하룻밤 전까지도 우리는 엄마의 깊은 병환 소식을 감쪽같이 몰랐다.

    그렇게 편찮은 몸을 하고도 여객선 터미널에서 오빠를 만난 엄마의 손에는 어김없이 먹거리 박스가 들려져 있었다고 한다. 아들이 밤새 차들 몰고 내려오는 동안 엄마는 남은 진을 다 빼가며 엄마의 냉장고 속을 비우셨던 것이다.

    엄마의 한결 같은 정성을 이 나이까지 먹고 살면서도 그의 절반의 절반도 거슬러 오르지 못하는 우리는 언제쯤이면 내리사랑만을 향해 열린 길에서 자유롭게 벗어날 수 있을까. 어쩌면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 이미 예감하셨는지도 모른다. 엄마의 그 질리도록 끈질긴 사랑만이 그 어린 자식들을 키울 수 있었다는 것을... 그래서 였을까 아버지는 생이 얼마 남기지 않은 시간에 한사코 연분홍 원피스를 엄마에게 선물 하셨다고 한다.



    언젠가 읽었던 ‘세상의 모든 딸들’ 이라는 소설이 생각난다. 엄마 래프윙이 난산을 하고 닷새 만에 죽음 직전에 이르게 되자 소녀가 된 딸 야난에게 말한다.  “사람은 이렇게 살고, 또 이렇게 죽는 거야.  세상의 모든 딸들이 나처럼 그렇게 살아왔어. 아이를 낳고 호랑이를 따르는 까마귀처럼 남편을 따르고,그렇게 살다가…… .야난, 너는 내 딸이다.그리고 언젠가는 너도 엄마가 되겠지.세상의 모든 딸들이 결국 이 세상 모든 이의 엄마가 되는 것처럼…”







동문
안녕하세요
머나먼 타향에서 고생이 많으세요(이렇게 인사드야 맞는지?)
자유게시판글을 읽고 우리 어머니 생각이 나서 몇자 적어봅니다.
어제 신문에도
세계 모든 사람이 가장 정감있는 단어로 '어머니'를 선택했더군요.
정말
어머니는 신이 자신을 대신해서 보낸 사람이 맞나 봐요.

우리 중학교 동문인 것 같아서
전 11회 입니다.

먼 곳에서 늘 건강하시고.....
2004-11-27
13:18:17



시간디
울 어무니도 자식들 괴롭히는 방법은 동일 하셨던 것 같습니다
형님들 누님들이 도회지에 사시다 오시거나 내가 형,누님집을 가게 될 때
어김없이 손에 쥐어주는 보따리 보따리---
형수 누님들은 그 보따리를 풀어보시고 좋아 하시도 않드구만---

내가 20살되어 부모곁에 잠시 있을때,
형님에게 싸주신 보따리를
어떤 이유에서 형님이 안가지고 간 일이 발생한날
어머니는 몹시도 화를 내시고
자식을 위한 사랑의 마음을 몰라주는 자식들의 철없는 짓거리를
책망하시는 잔소리를(?) 들은 이후에사
나는 지금까지 보따리를 효도하는 마음으로
잘(?) 들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애린님의 어머님 마음을
우리 자식들은 잘 알아 모셔야 할 것 같습니다
장하시고 고마우신 울 어머님들의 사랑의 보따리 ---- 그립습니다

*고향홈에 올라온 답글을 퍼 왔습니다.
2004-12-03
17:16:12



애린
차칸 시간디님...제 맴도 그맴이어요.^^*

어젯밤 울 엄마 주무시는 방 벼랑박에
도룡뇽 한 마리가 짜잔~나타나지 않았겄어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시상에...
도룡뇽 무서워 못 자겠다고
그 밤에 옆집사는 막내 아들집에
휭~하니 가시고 맙디다.
그믄,
남은 딸래 식구는 도룡뇽이 잘 봐 준답니까?ㅎㅎㅎ
그래서 제가 울 엄마 뒷 꼭지에다 대고 그랬습니다.
"울 엄마 의리하나는 빵점이다!"
잘했지요.ㅎㅎㅎ

시간디님 보고 싶었습니다
자주 보여주세요.
2004-12-03
17: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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