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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린 일기


아득히 먼 시간 사이로...
애린  2004-10-23 12:27:44, 조회 : 2,440, 추천 : 365



                                달랏 랑비앙 산 정상에서.


      여간해서는 울릴 것 같지 않던 내 휴대폰 벨이 시공간의 정적을 깨던 날, 이어 들리는 저편의 목소리는 분명 귀에 익은데 단번에 나는 누군지 알아챌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내 기억장치는 순식간에 풀리고 들뜬 내 반가움은 어느새 그녀에게로 갔나 보다.

      “어머,,, 잘 있지요? 세상에 목소리는 그대로네…”

      떠나올 때 이별의 아쉬움을 끝내 참지 못해 눈물을 보이고 말던 바로 그녀였다.

      우리집 근처에서 규모가 꽤 크다 싶은 슈퍼를 하느라 늘 시간이 부족하던 그녀에게도 틈만 나면 여지없이 찾아오는 외로움 때문에 그 늦은 시간에도 그녀는 나를 찾아와 주곤 했었다.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마땅히 갈 곳이 없었던 우리는 새벽이 오는 줄도 모르고 거실 등을 밝혀두고도 얼마나 많은 아쉬움을 남겼나. 그래도 그녀의 남편은 기꺼이 넉넉한 마음을 들켜주었지.

      그 해 봄, 연분홍 진달래꽃 사잇길을 걸으며 꽃 향기에 취하고 추억에 젖었었다. 지금도 그때 담아두었던 행주산성에 오르다 보면 야트막한 산 언덕 그 큰 나무 벚꽃이 함박 눈처럼 흩날릴 것만 같다.

      아마 이맘 때였을 것이다. 잦은 안개가 그녀의 가게 앞 가로공원에 내려앉던 날 우리가 보았던 황홀경이. 안개 막이 설핏 사라질 때쯤 노랗게 물든 가로수를 보고있노라면 가슴에 남은 상처하나가 비에 젖은 듯 아리기도 했었지.

      늘 대담한 척 위로하고 다독였지만 내 속내는 스스로 무너지고 야위어서 오히려 기대고 있는 사람은 나였음을 끝내 고백하질 못했다. 그래도 이렇게 아득한 시 공간을 두고 서로를 기억해주는 우리는 얼마나 귀하고 따사로운 인연인가.


      보고싶다 한들 보고픔이 저만치 밀려가나요.
      소리 내어 외쳐도 다시 삼켜지는 그리움을
      아픔이라고만 말 할 수 없지요.

      2003.10.23




      -500milees-



향월초
산위에 올라
무엇을 바라보고 계시나요.

모처럼 우리 고향홈에 들렀다가
애린님의 일기장을 훔쳐 보게 되었답니다.

항상 변함없이
우리 고향홈에 들르시어
좋은 글들 남겨주시는 지석이 엄마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어 몇자 적어 봅니다.

엊그제 베트남으로 떠나신다는 말씀을 하신 것 같은데
벌써 그 곳 생활에 많이 익숙해 지신 것 같군요.
그 곳도 지구의 한켠이라 나름대로의 멋이 있을 겁니다.
또한 사람사는 곳이라 머지않아 정을 붙일 수 있을 거구요.

저도 이승이란 곳에 들러 세월과 어울리다 보니
어느 덧 정이 들어 이젠 저승으로 가기가 두렵답니다.

그 곳 생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비록 내 어릴적 살던 곳보다는 정이 덜하고 낯설긴 하겠지만
세월과 어울려 살다보면 나름대로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곳에 사시는 동안
나중에 떠날 때 후회하시는 일이 없도록
건강하신 몸으로
즐겁고, 활기차고, 보람되고, 후회없는 나날들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국에서 깊은 가을밤에 향월초
2004-10-25
02:18:06



애린
산에서 보았던 것은
시와,노래와,그림이었습니다.

농토인지 이끼인지 구분할 수 없음이
오히려 대단한 울림으로 다가왔지요.

저는 벌써부터 이곳이 정이 들었습니다.

지금의 것은 너무 확연해서
오히려 희미한 듯 하지만
언제나 저는 지금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좋아했던 순간을 떠나 보내면
그것은 또 다시 내 진한 향수로 다가섰지요.

사람들은 바쁘다는 이유로
너무 많은 것을 놓치고 가는 듯합니다.
저 구름이 저 바람이
무슨 얘길 하는지도 눈치채지 못하지요.
그러나 아주 짧은 시간에도
그것은 거기에 있어줍니다.
저는 그 순간을 잡고있을 뿐이지요.
그렇다고 집착이나 미련 같은 건 없습니다.
이 순간에도 훌훌털고
일어설 준비를 하고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저는 이미 후회 없는 삶은 살고 있다고
자만하고 있는 거지요?

가을밤 고국에서 보내주신 향월초님 마음
정말 감사합니다.
누구신지 쪼깐 알것 같기도 하믄서..모르겠네요.ㅎㅎ
늘...건강 조심하시고
이 공간에서
또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행복하세요.
2004-10-26
09:5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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