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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린 일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애린  2004-08-28 11:02:28, 조회 : 2,162, 추천 : 339



             4층에서 본 로틀담 성당


      아이들의 일본 뇌염 추가접종을 해야 하는 날이 다가왔다. 그렇지만 아직도 주사라면 기겁을 하는 아들을 어떻게 설득 시켜 병원엘 데려갈 수 있을까. 그게 제일 큰 문제였다. 야단도 치고, 겁도 주고, 달래도 보았지만, 이 녀석은 더 큰 상상력과 고집으로 나를 웃음바다에 빠뜨리고 만다.

      둘이서 한참 실갱이를 벌이다가 주사를 잘 맞으면 백화점에 가서 장난감도 사주고 햄버거도 사준다고 대단한 미끼를 던졌더니, 조금 고민을 하는 가 싶더니 드디어 병원에 가잔다. 그래서 조건을 덧붙였다. “울지않고 주사를 맞아야 하고, 아무리 좋은 장난감이 있어도 너무 비싸면 못 사주고, 장난감 산 대신에 그곳에서 오락은 하지않기…”

      그렇게 하겠다는 아들을 무사히 병원엘 데려갔건만 녀석은 여전히 불안한 눈치다. 하긴 외국에서 처음 병원을 찾은 나도 괜히 겁나고 두려운 걸…

      시내 중심지에 위치한 콜롬비아 병원엔 통역을 해주는 한국인이 근무하고 있었다. 그래서 불편 없이 서류작성을 끝내고 딸에게는 3년마다  맞아야 하는 일본뇌염 추가접종을 아들은 일년 후에 다시 맞는 3차 뇌염 예방 접종을 끝냈다. 후련함도 잠시, 여기서는 A형 간염 예방접종이 필수란다.

      이윽고 백화점에 도착한 아들은 역시나 자동차를 고른다. 오늘은 좀더 근사한 걸 골라보지만 썩 좋은 기분은 못 되는 것 같다. 혹시나 싶은 생각에 사도 되냐고 묻는다. 눈치 것 가격표를 보니 우리나라 돈으로 만원도 안 되는 가격이었다. 그래서 바람잡이를 좀 했다.
      “야~ 이거 진짜 멋지다. 좀 비싸겠는데….그래도 사 줄게. 그치만 오늘 만이다?”
      “응, 알았어…엄마. 우리 이쁜 엄마 최고야!”
      “어이구~ 저 여시…ㅎㅎㅎ”
      딸과는 달리  여우 같은 아들을 키우며 느껴보는 애교가 사실은 나쁘지가 않다.

      그걸 지켜보던 딸애가 내 것은 왜 안 사주냐고 샘을 낸다. 뭐가 갖고 싶냐고 물었더니, 늘 그랬듯 특별히 갖고싶은 게 없는 딸애는 그냥 열쇠고리하나만 사주면 좋겠단다.

      그래서 맘에 든 걸 골라보니 2만원이 훨씬 넘었다.  
      “이렇게 비싼 열쇠고리를 사는 건 미친 짓이지?”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하고 나서 딸애의 눈치를 살피니, 자기가 아는 대는 이렇게 비싸지 않았다며 나중에 사겠단다.

      결국 딸애 것은 아무것도 못 사고 4층 오락실 옆 KFC에서 햄버거를 먹는데 창문에 붙은 풍경화에 비가 내리나 싶더니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오늘따라 유난히 로틀담 성당이 아름다웠다. 그때 나의 서툰 기도가 있었다면….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아이들이 이렇게만  크게 해 주소서… …,
      2004.8.27


      캐논 변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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