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캡

 

 

 

 

 

애린 일기


그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애린  2004-07-07 18:11:09, 조회 : 2,281, 추천 : 363




           살고 있는 아파트 현관.


고장 난 컴퓨터 스피커 대신
나는 헤드폰을 끼고 있었지.

얼마동안 음악을 듣고 있었는지 몰라도
갑자기 요란한 빗소리가 들려오는 거야.

순간  용수철처럼 튀어 오른 나는
뒷 베란다로 향해 쏜살같이 뛰었지.

꼬들꼬들 말라가는 빨래가 걱정이지만
그보다 빗물이 창 안으로 들어와 침대를 적시기 전에
꼭꼭 창문을 닫아야 했거든.

몇 걸음 뛰지도 않아
발가락에 와 닿는 기분 나쁜 촉감!
그리고 이어지는  비명!

까만 타이루 바닥에는 어느새
가느다란 블랙 강이 흐르고
사방에는 유리조각이
보석처럼 빛을 내고 있었지.

그것을 돌 볼 겨를도 없이
바쁘게 뛰어 갔건만
비는커녕 검은 구름마저
하늘을 채우지 못했어.

어느덧 가스렌즈 위에는
하얀 행주가  비누거품을 토하고
셔터 문만 닫은 채 열려진 현관 틈으로
때마침 산들바람이 들어와 주어서
식어버린 커피처럼 어두워진 내 마음을
날려 보낼 수가 있었지.

이윽고 깨어진 커피 잔을 치우고
자꾸만 퍼져가는 커피를
닦아내고 있었지.
그때 열려진 문 사이로 어떤 아줌마가
그런 나를 쳐다보고 있는거야.

그리고 눈이 마주친 그 멋진 여자가
“마담….있어요?” 라고 물어 오길래
순간 기분은 묘해졌지만
“네?….!
…아…저도… 한국 사람이에요.”라고 말해 주었어.
그러자 그녀는 금방 낯빛이 변하며
“아…제가 집을 잘못 찾아왔나 봐요.”그리고는
휑하니 사라져 버리는 거야.

그래, 그랬어.
그녀가 생각하기에 우리집에서
걸레질을 하는 이 초라한 여자가
있지도 않는 우리집 가정부가
청소를 하는 줄 알았나 봐.
그랬는데 뒤 늦게 한국 아줌마인줄  알고는
조금 미안했을까…
아니면 한심하다 생각했을까…

그런 저런 생각에 젖어 있다가 생각해 낸 정답은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2004.7.7


  수정하기   삭제하기   추천하기   목록보기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80  무한대 녀석    애린 2004/06/30 434 2122
79  그리운 나라    애린 2004/07/05 424 2123
78  에구...겁나서 어떻게 살까?    애린 2004/07/22 390 2145
77  신혼의 꿈은 사라지고...    애린 2004/07/12 368 2162
76  경찰서로 가야하는 그녀.    애린 2004/07/15 403 2243
 그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애린 2004/07/07 363 2281
74  뱃살이 나와도 괜찮아....    애린 2004/07/26 380 2314
73  혼자만의 시간    애린 2004/08/04 457 2373
72  뎅기열 모기와 도룡뇽  [3]  애린 2004/07/03 407 2496
71  서녘 하늘은 불이나고...  [2]  애린 2004/08/06 547 2802
70  남다름이란 무었일까.    애린 2004/08/13 629 3033
69  회상3 ( 유년의 숲)    애린 2012/06/28 528 3174
68  대책 없이 설레어서...    애린 2004/08/20 569 3229
67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애린 2004/08/28 620 3267
66  강물처럼 흘러가는 길.  [3]  애린 2004/11/25 553 3272
65  다시 침수된 땅.  [1]  애린 2004/10/18 583 3305
64  지금은 회복중    애린 2011/06/12 641 3315
63  파티    애린 2011/05/03 671 3352
62  엘리베이터에서 생긴 일.    애린 2004/10/07 633 3363
61  봄의향연    애린 2011/04/24 638 3405
60  보름달이 기우니...  [3]  애린 2004/10/02 612 3466
59  아득히 먼 시간 사이로...  [2]  애린 2004/10/23 639 3558
Notice  내 그리운 찰나.........  [2]  애린 2011/02/19 635 3560
57  갯것  [2]  애린 2009/11/20 733 3576
56  어떤 별에게...  [2]  애린 2010/01/03 758 3584
55  아름다운 시절~  [2]  애린 2010/05/23 706 3642
54   물은 흐르고 흘러서...  [2]  애린 2005/01/06 695 3654
53  꽃 비    애린 2009/07/21 691 3678
52  운명은...  [1]  이종희 2004/09/15 779 3719
51  이름 모를 꽃 되어  [2]  애린 2010/07/03 725 3811
50  푸른 길 따라....  [5]  애린 2010/08/25 717 3833
49  내 안을 흔드는 바람(2)  [2]  애린 2009/05/04 705 3861
48  생일    애린 2008/10/05 704 3863
47  싹    애린 2009/03/08 726 3885
46  바람의 말  [4]  애린 2009/07/06 731 3936
45  따사로움  [2]  애린 2008/11/16 710 3962
44  쑥 그리고 그리움  [2]  애린 2010/05/17 678 3977
43  수제비    애린 2009/02/22 683 3980
42  꿈 이야기    애린 2008/01/09 753 3995
41  물 빛 그리움  [3]  애린 2008/11/30 701 4014
40  뒷 모습    애린 2008/09/21 774 4021
39  한 밤 중에...    애린 2008/11/09 727 4033
38  나에게    애린 2008/08/15 724 4038
37  가을이야기.    애린 2008/10/31 719 4079
36  강물은 흘러가고...    애린 2007/08/13 673 4122
35  짝꿍    애린 2008/09/07 728 4125
34  단풍    애린 2007/11/20 733 4133
33  그늘은 봄바람에 말리고...  [2]  애린 2008/04/26 760 4140
32  바람이 기댈 곳은...    애린 2008/07/03 766 4158
31  뜻밖의 봄  [2]  애린 2006/10/02 757 4163
30  안도 가는 길...  [6]  애린 2009/08/15 787 4236
29  하늘이 구름이  [2]  애린 2008/05/21 772 4238
28  마음의 뜰    애린 2011/09/04 740 4254
27  영화는 끝나고.    애린 2007/01/15 792 4318
26  내 안을 흔드는 바람  [3]  애린 2007/10/25 779 4336
25  가을녘에서...  [5]  애린 2006/11/15 774 4407
24  목마름    애린 2007/07/12 804 4416
23  감 꽃  [5]  애린 2006/07/08 793 4491
22  여백  [9]  애린 2006/08/01 784 4552
21  어느 고마운 날의 단상    애린 2005/02/21 811 4619

    목록보기 다음페이지 1 [2]
       

Copyright 1999-2024 Zeroboard / skin by z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