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캡

 

 

 

 

 


애린 일기


엘리베이터에서 생긴 일.
애린  2004-10-07 17:27:47, 조회 : 3,146, 추천 : 603


      저물 무렵 호치민.


      “어느날 이걸 타고 올라가는데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3층에서 멈추는 게 아니겠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올라탄 아줌마들이 지층의 버튼을 누르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 위층으로 올라가는 중'이라고 말했더니 한 아줌마가 '위층 어디요? 라고 묻지 않겠어요? 그래서 살펴보니 세상에 빨간 번호 등은 어느 곳에도 켜져 있지 않았지 뭡니까.

      아마도 제가 엘리베이터를 타고는 내려야 할 곳은 내버려둔 채 문닫는 버튼만 눌렀나 봐요. 그리고 때마침 지층으로 내려갈 아줌마들이 삼층에서 버튼을 누른 거고요.그때 다시 내려갔다가 올라가면서 어찌나 창피하고 어이가 없던지."

      오늘 아침, 아이들 스쿨버스를 배웅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라 바로 밑에 층에 사는 아낙의 버튼을 눌러주며 했던 말이 였다.

      그런데 그에 버금가는 황당 사건이 어제 또다시 재연 되었는데 그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이곳의 아파트는 낮은 지반 때문인지 밖에서 보면 정사각형 인데 사실은 안에는 직사각형의 공간이 비워 있다. 빈 공간을 사이로 한 층에 여덟 가구가 있고, 층마다 연결되어있는 복도와 두개의 비상구, 두 대의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문제의 그 엘리베이터를 타게 된 것은 가까이 있는 한국식품점에서 저녁 찬거리와 과일 등을 사고 집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였다.

      위층의 화살표 등이 켜진 채로  중간만큼 올라가는 한 쪽의 엘리베이터를 등지고 문만 닫힌 채 지층에 내려와 있는 또 하나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순간, 저만치에서 베트남 청년이 뛰어 오고 있었다.

      잠시 여는 문 버튼을 누르고 있는 사이 올라탄 그 청년은 내가 눌러둔 번호보다 한 참 아래의 버튼, 6층을 눌러 두었고, 어느새 도착한 그 곳에 내려 걷다 보니 몇 걸음 앞서간 그 청년이 뒤돌아보는 게 아닌가.

      아차! 하는 사이 이미 엘리베이터는 11층으로 올라가고 있었고, 계속 그 청년의 뒤를 따라가면 건너편 엘리베이터를 금방 탈 수 있을 거란 계산이 나오지만, 발걸음은 빠르게 뒷쪽 비상구로 향하고 있었다.

      그때 내 모습을 누군가 보고 있었다면 정신 나간 어떤 아낙이 어쩌다 웃음보를 터뜨리곤 어디론가 도망가고 있었다고 했겠지.

      그랬다. 먼저 내린 그 청년에게 다 들키고는 또 다시 들킬 까봐 나는 그 무거운 과일봉지를 들고 두개의 층을 더 올랐지... 그리고 한참을 기다려 다시 6층에서 올라오고 있는 건너편 엘리베이터를 탔고...그 문이 열리는 순간까지 그 청년이 타고 있을까 봐 나는 또 얼마나 마음을 졸였나.

      2004.10.7






  수정하기   삭제하기   추천하기   목록보기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80  무한대 녀석    애린 2004/06/30 412 2010
79  그리운 나라    애린 2004/07/05 404 2015
78  에구...겁나서 어떻게 살까?    애린 2004/07/22 366 2037
77  신혼의 꿈은 사라지고...    애린 2004/07/12 345 2056
76  경찰서로 가야하는 그녀.    애린 2004/07/15 378 2123
75  그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애린 2004/07/07 345 2159
74  뱃살이 나와도 괜찮아....    애린 2004/07/26 364 2207
73  혼자만의 시간    애린 2004/08/04 424 2251
72  뎅기열 모기와 도룡뇽  [3]  애린 2004/07/03 387 2358
71  서녘 하늘은 불이나고...  [2]  애린 2004/08/06 520 2652
70  남다름이란 무었일까.    애린 2004/08/13 603 2855
69  지금은 회복중    애린 2011/06/12 595 2902
68  파티    애린 2011/05/03 623 2918
67  봄의향연    애린 2011/04/24 593 3004
66  대책 없이 설레어서...    애린 2004/08/20 545 3017
65  강물처럼 흘러가는 길.  [3]  애린 2004/11/25 530 3040
64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애린 2004/08/28 598 3044
63  다시 침수된 땅.  [1]  애린 2004/10/18 552 3090
Notice  내 그리운 찰나.........  [2]  애린 2011/02/19 592 3140
 엘리베이터에서 생긴 일.    애린 2004/10/07 603 3146
60  갯것  [2]  애린 2009/11/20 690 3148
59  어떤 별에게...  [2]  애린 2010/01/03 713 3157
58  회상3 ( 유년의 숲)    애린 2012/06/28 515 3174
57  꽃 비    애린 2009/07/21 645 3247
56  보름달이 기우니...  [3]  애린 2004/10/02 570 3252
55  아름다운 시절~  [2]  애린 2010/05/23 660 3282
54  아득히 먼 시간 사이로...  [2]  애린 2004/10/23 616 3338
53  이름 모를 꽃 되어  [2]  애린 2010/07/03 682 3346
52  내 안을 흔드는 바람(2)  [2]  애린 2009/05/04 657 3380
51  생일    애린 2008/10/05 655 3381
50  푸른 길 따라....  [5]  애린 2010/08/25 669 3391
49      애린 2009/03/08 674 3413
48   물은 흐르고 흘러서...  [2]  애린 2005/01/06 654 3436
47  따사로움  [2]  애린 2008/11/16 665 3478
46  수제비    애린 2009/02/22 638 3482
45  운명은...  [1]  이종희 2004/09/15 752 3484
44  바람의 말  [4]  애린 2009/07/06 688 3485
43  한 밤 중에...    애린 2008/11/09 681 3526
42  꿈 이야기    애린 2008/01/09 709 3533
41  물 빛 그리움  [3]  애린 2008/11/30 658 3533
40  쑥 그리고 그리움  [2]  애린 2010/05/17 633 3538
39  뒷 모습    애린 2008/09/21 731 3545
38  나에게    애린 2008/08/15 682 3573
37  짝꿍    애린 2008/09/07 677 3598
36  가을이야기.    애린 2008/10/31 669 3608
35  단풍    애린 2007/11/20 684 3655
34  바람이 기댈 곳은...    애린 2008/07/03 723 3666
33  그늘은 봄바람에 말리고...  [2]  애린 2008/04/26 715 3667
32  강물은 흘러가고...    애린 2007/08/13 629 3674
31  뜻밖의 봄  [2]  애린 2006/10/02 717 3687
30  안도 가는 길...  [6]  애린 2009/08/15 745 3749
29  마음의 뜰    애린 2011/09/04 684 3755
28  하늘이 구름이  [2]  애린 2008/05/21 723 3777
27  영화는 끝나고.    애린 2007/01/15 746 3852
26  내 안을 흔드는 바람  [3]  애린 2007/10/25 730 3903
25  목마름    애린 2007/07/12 754 3912
24  가을녘에서...  [5]  애린 2006/11/15 731 3947
23  감 꽃  [5]  애린 2006/07/08 744 4049
22  여백  [9]  애린 2006/08/01 732 4057
21  무엇이 옳은 걸까.  [9]  애린 2006/09/17 746 4154

    목록보기 다음페이지 1 [2]
       

Copyright 1999-2024 Zeroboard / skin by z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