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캡

 

 

 

 

 


애린 일기


가을이야기.
애린  2008-10-31 23:34:07, 조회 : 3,865, 추천 : 678




    자욱한 안개 덕에 며칠째 내가 좋아하던 가을 들녘을 놓치고 말았다.
    그러나 그 막을 뚫고 섬세하게 다가오는 가을빛을 어찌 막을 수 있으랴.





    그 모든 환상을 걷던 날 확연히 들어나던 그 황량한 가을 녘이란...





    그랬었다.
    안개가 장막을 치고 있는 사이
    바쁜 농부는 황금물결을 꿈꾸던 내 의식의 들녘을 감추고 만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가을이고,
    가을을 갈망하는 우리는  그곳을 향해 떠날 수밖에 없었다.





    저물 무렵 도착한 우리가 산 낚지를 안주삼아 술잔을 기우릴 때
    마침 노을은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말랑한 얼굴로  
    지평선 아득히 소멸해가고 있었다.






    가을에는 어떤 냄새에도 그리움을 일깨우는 바람이 있다.
    낙엽 타는 소리마저 예민한 감성으로 모든 것을 흔들 때이다.






    늦은 밤  농부가 모아둔 들깨 단을 태우며 우리는 다음 여행을 이야기했고,
    아득히 사라져간 어제의 이야기를 했다.


    모닥불이 사그라지기 전에 한기를 느낀 우리는
    그때서야 비닐하우스 안에 아담하게 지어둔  보금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풀벌레 소리는 점점 멀어져 갔다.





    간밤 어둠을 밀어내던 현란한 불의 춤사위도,
    그것에 매료되어  철없는 아이처럼 들떠있던 시간도,
    남겨질 그리움의 앙금이라 하기엔  다시 맞은 아침 해는 너무도  눈이 부셨다.
    그 모두를 뒤로하고 홀로 걷는 들녘은 그야말로 나만의 특별한  여유고 행복이었다.





    마르고 마른 모래바람이 이 촉촉한 오아시스를 만날 수 있으리라고 꿈이라도 꾸었을까.
    어제도  그 전날에도 어떤 목적도 이유도 없이 보이는 것만을 향하느라 나는 숨이 가팠다.
    아니 어쩌면 나는 가픈 숨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고  세상만을 탓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오늘을 이어주는 어제였다 하기엔
    지금 이 가을 녘은 참으로 감미롭다.
    억새꽃 아래 색색의 들꽃이 그랬고, 그 꽃을 역주행하는 햇살이 그러했다.





    내가 자주 듣던 음악도  싱그러운 향기로 사방에 번지고 있었다.
    사과향이... 장미향이 이럴까...







    익숙하고 고요하게 의식을 일깨우며  밀려오는 가을 녘은
    스스로가  달콤한 사랑에 빠져있는 것 같았다.
    갈빛같은 몽롱한 의식으로 가을을 바라보는
    내 영혼의 자유처럼...






                



  추천하기   목록보기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Notice  저품질 사진 원인  [1]  애린 2011/11/24 837 5492
Notice  내 그리운 찰나.........  [2]  애린 2011/02/19 603 3346
78  회상3 ( 유년의 숲)    애린 2012/06/28 522 3174
77  회상2 (내 오래된 동화)  [1]  애린 2011/10/04 777 5749
76  마음의 뜰    애린 2011/09/04 696 3972
75  지금은 회복중    애린 2011/06/12 605 3108
74  파티    애린 2011/05/03 632 3124
73  봄의향연    애린 2011/04/24 607 3198
72  푸른 길 따라....  [5]  애린 2010/08/25 680 3658
71  이름 모를 꽃 되어  [2]  애린 2010/07/03 692 3581
70  아름다운 시절~  [2]  애린 2010/05/23 671 3451
69  갯것  [2]  애린 2009/11/20 698 3361
68  어떤 별에게...  [2]  애린 2010/01/03 723 3353
67  쑥 그리고 그리움  [2]  애린 2010/05/17 644 3802
66  바람의 말  [4]  애린 2009/07/06 701 3758
65  내 안을 흔드는 바람(2)  [2]  애린 2009/05/04 669 3643
64  안도 가는 길...  [6]  애린 2009/08/15 756 4007
63  꽃 비    애린 2009/07/21 659 3445
62      애린 2009/03/08 681 3656
61  수제비    애린 2009/02/22 650 3753
60  물 빛 그리움  [3]  애린 2008/11/30 668 3790
59  따사로움  [2]  애린 2008/11/16 676 3742
58  한 밤 중에...    애린 2008/11/09 695 3792
 가을이야기.    애린 2008/10/31 678 3865
56  생일    애린 2008/10/05 666 3632
55  뒷 모습    애린 2008/09/21 741 3793
54  짝꿍    애린 2008/09/07 689 3872
53  나에게    애린 2008/08/15 694 3828
52  바람이 기댈 곳은...    애린 2008/07/03 734 3938
51  하늘이 구름이  [2]  애린 2008/05/21 736 4025
50  그늘은 봄바람에 말리고...  [2]  애린 2008/04/26 729 3919
49  회상 (웃서고지 오르는 길)    애린 2008/01/30 769 4590
48  꿈 이야기    애린 2008/01/09 716 3799
47  단풍    애린 2007/11/20 694 3911
46  내 안을 흔드는 바람  [3]  애린 2007/10/25 740 4153
45  강물은 흘러가고...    애린 2007/08/13 639 3913
44  목마름    애린 2007/07/12 764 4190
43  내 그리운 찰나  [4]  애린 2007/05/17 731 4464
42  퇴근 길    애린 2007/02/07 759 4423
41  영화는 끝나고.    애린 2007/01/15 755 4100
40  가을녘에서...  [5]  애린 2006/11/15 739 4192
39  뜻밖의 봄  [2]  애린 2006/10/02 727 3936
38  무엇이 옳은 걸까.  [9]  애린 2006/09/17 760 4415
37  그 여름날의 추억  [4]  애린 2006/08/19 998 4451
36  여백  [9]  애린 2006/08/01 746 4318
35  감 꽃  [5]  애린 2006/07/08 760 4308
34  노을 물든 날  [2]  애린 2006/06/26 772 4624
33  강촌의 추억  [6]  애린 2006/05/28 924 20830
32  미열  [4]  애린 2006/04/21 774 4522
31  사춘기  [2]  애린 2006/03/05 775 4413
30  반딧불이  [2]  애린 2005/12/14 832 4609
29  가을비  [6]  애린 2005/10/23 791 4827
28  짐을 꾸리며.  [6]  애린 2005/08/08 726 4736
27  슬픈 도라지 꽃  [6]  애린 2005/07/07 782 4599
26  그녀에게서 풀 냄새가 난다.  [3]  애린 2005/06/15 766 4465
25  지는 꽃처럼 봄은 떠나고...  [1]  애린 2005/05/04 785 4479
24  세월은 마데카솔 연고처럼...  [1]  애린 2005/03/23 756 4649
23  어느 고마운 날의 단상    애린 2005/02/21 777 4441
22  앞집 남자    애린 2005/01/28 791 4828
21  바로 옆에 있는 것.    애린 2005/01/17 908 4792

    목록보기 다음페이지 1 [2]
       

Copyright 1999-2024 Zeroboard / skin by z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