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캡

 

 

 

 

 

애린 일기


바람이 기댈 곳은...
애린  2008-07-03 00:57:42, 조회 : 4,288, 추천 : 837



      집 떠나면  집시가 되는 우리는
      비닐하우스 안에 텐트를 치고
      그 밤을 보내게 되었지요.





      많은 비가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도 나선 길이
      외려 설렜던 건
      바로 그런 여건 때문이었을 거예요.





      비닐하우스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도 좋을 것 같았고
      그 안에서 바라보는 그 밖의 세상이 멋질 것 같았거든요.





      그런 내 예감은 역시나 빗나가질 않아
      정말 오랜만에 단꿈을 꾸는 것 같았지요.





      밤새 오락가락했던 빗소리는
      그야말로 세상과 나 사이에 장막을 쳐 주었거든요.





      어린 아이가 구석진 자리에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 놓듯
      어쩌면 나도 그런 자폐증을 앓고 있는지 몰라요.





      그렇다고 너무 걱정하지 않아요.
      이별은 만남의 길을 만들고
      만남은 또 다른 길을 위해
      떠나고 있을 테니까요.





      여행을 떠나면  
      혼자 걷는 길을 좋아해요.
      바람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그리 낯설지 않는 길을 만나거든요.





      비구름이 다 빠져나가지 않은 하늘 아래
      푸른 초원은 모두 내 것인 냥  
      편하고 익숙해져 있었고요.





      저는 간만의 자유에 흔들리는
      풀꽃이고 싶어졌어요.





      은 초롱 빗방울이
      아직 떠나지 않은 들녘의 풀잎들은
      제 무게에 버거워 보이긴 했어도
      싱그러운 풋내를 털어주면
      바람은 고맙다는 듯 다시 한 번 휘 돌다
      어디론가 떠나갔어요.







      그리고 그것이 끝인가 싶은 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찰나
      어느새 바람은 제 주위를 맴돌고 있었고요.





      어쩌면 바람이 기댈 곳은 풀잎인지도 몰라요.





      가녀린 어깨에 기대어
      많은 이야기를 내려놓고
      홀연히 떠나기를 수 없이 반복하면서도
      결국은 다시 돌아와  있거든요.







      풀꽃과 바람


      있는 듯 없는 듯
      무심히 살다가
      어느 날 문득
      애증으로 다가선 그대

      그대 스치는 날엔
      하늘 향해 솟던 그리움
      깊은 산 담장에
      꼭꼭 숨기고 싶어요.

      이제는 덮어두자
      맹세도 했건만
      한 낮 햇살에 수줍게 웃고 나면
      어느새 그대는
      여린 마음 흔들고
      섧게 떠나갑니다.

      저 구름이
      구슬픈 내 노래마냥
      겹겹이 새긴 기억
      풀어준다면
      휘청대는 내 사랑도
      의연할 수 있을까요.

      지워도 지울 수 없는
      슬픈 내 이연(異緣)은
      때로는 낯선 영혼처럼
      적막한 들녘 이슬 되어
      속절없이 무너집니다.
      그러다 문득
      그대 지나는 날이면
      끝내 초연할 수 없는 것이
      그대는 바람,
      나는 풀꽃인가 봅니다.



      글,사진/애린


  추천하기   목록보기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Notice  저품질 사진 원인  [1]  애린 2011/11/24 948 5979
Notice  내 그리운 찰나.........  [2]  애린 2011/02/19 702 3680
78  회상3 ( 유년의 숲)    애린 2012/06/28 535 3174
77  회상2 (내 오래된 동화)  [1]  애린 2011/10/04 891 6268
76  마음의 뜰    애린 2011/09/04 816 4464
75  지금은 회복중    애린 2011/06/12 705 3438
74  파티    애린 2011/05/03 737 3497
73  봄의향연    애린 2011/04/24 706 3527
72  푸른 길 따라....  [5]  애린 2010/08/25 785 3960
71  이름 모를 꽃 되어  [2]  애린 2010/07/03 794 3947
70  아름다운 시절~  [2]  애린 2010/05/23 772 3770
69  갯것  [2]  애린 2009/11/20 800 3704
68  어떤 별에게...  [2]  애린 2010/01/03 826 3716
67  쑥 그리고 그리움  [2]  애린 2010/05/17 746 4112
66  바람의 말  [4]  애린 2009/07/06 797 4060
65  내 안을 흔드는 바람(2)  [2]  애린 2009/05/04 770 3981
64  안도 가는 길...  [6]  애린 2009/08/15 855 4362
63  꽃 비    애린 2009/07/21 765 3810
62  싹    애린 2009/03/08 795 4016
61  수제비    애린 2009/02/22 756 4114
60  물 빛 그리움  [3]  애린 2008/11/30 770 4140
59  따사로움  [2]  애린 2008/11/16 778 4085
58  한 밤 중에...    애린 2008/11/09 797 4175
57  가을이야기.    애린 2008/10/31 788 4208
56  생일    애린 2008/10/05 772 3985
55  뒷 모습    애린 2008/09/21 839 4145
54  짝꿍    애린 2008/09/07 795 4270
53  나에게    애린 2008/08/15 792 4176
 바람이 기댈 곳은...    애린 2008/07/03 837 4288
51  하늘이 구름이  [2]  애린 2008/05/21 840 4378
50  그늘은 봄바람에 말리고...  [2]  애린 2008/04/26 825 4267
49  회상 (웃서고지 오르는 길)    애린 2008/01/30 870 4928
48  꿈 이야기    애린 2008/01/09 823 4123
47  단풍    애린 2007/11/20 798 4259
46  내 안을 흔드는 바람  [3]  애린 2007/10/25 850 4462
45  강물은 흘러가고...    애린 2007/08/13 742 4246
44  목마름    애린 2007/07/12 867 4549
43  내 그리운 찰나  [4]  애린 2007/05/17 830 4761
42  퇴근 길    애린 2007/02/07 860 4765
41  영화는 끝나고.    애린 2007/01/15 863 4450
40  가을녘에서...  [5]  애린 2006/11/15 841 4534
39  뜻밖의 봄  [2]  애린 2006/10/02 830 4302
38  무엇이 옳은 걸까.  [9]  애린 2006/09/17 868 4776
37  그 여름날의 추억  [4]  애린 2006/08/19 1093 4782
36  여백  [9]  애린 2006/08/01 851 4682
35  감 꽃  [5]  애린 2006/07/08 856 4615
34  노을 물든 날  [2]  애린 2006/06/26 870 4921
33  강촌의 추억  [6]  애린 2006/05/28 1037 21169
32  미열  [4]  애린 2006/04/21 870 4870
31  사춘기  [2]  애린 2006/03/05 879 4765
30  반딧불이  [2]  애린 2005/12/14 934 4955
29  가을비  [6]  애린 2005/10/23 895 5162
28  짐을 꾸리며.  [6]  애린 2005/08/08 825 5077
27  슬픈 도라지 꽃  [6]  애린 2005/07/07 883 4939
26  그녀에게서 풀 냄새가 난다.  [3]  애린 2005/06/15 867 4819
25  지는 꽃처럼 봄은 떠나고...  [1]  애린 2005/05/04 888 4823
24  세월은 마데카솔 연고처럼...  [1]  애린 2005/03/23 849 4958
23  어느 고마운 날의 단상    애린 2005/02/21 877 4747
22  앞집 남자    애린 2005/01/28 889 5170
21  바로 옆에 있는 것.    애린 2005/01/17 1011 5131

    목록보기 다음페이지 1 [2]
       

Copyright 1999-2025 Zeroboard / skin by z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