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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린 일기


슬픈 도라지 꽃
애린  2005-07-07 16:54:49, 조회 : 2,921, 추천 : 400




        슬픈 도라지 꽃

        옛날, 옛날 한 옛날에 도라지라는 어여쁜 처녀가 살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의 칭찬을 한 몸에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도라지는 슬프게도 부모도 형제도, 일가친척도 없는 고아였다.

        외로울 때면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어 얼굴에 그늘이지기도 했지만,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바우 도령을 만날 때면 세상 행복을 다 얻은 냥 들뜨기도 했었다.

        늘 도라지편이 되어 좋은 이야기를 해 주던 바우 도령이 어느 날은 자기 아내가 되어달라고 청혼을 했다. 그 후 그들은 더욱 가까워지게 되었지만, 뜻밖에도 바우 도령이 10년만 기다리면 꼭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중국으로 공부를 하러 떠나면서 이들의 슬픈 이별은 시작되고 말았다.

        그 후 도라지도 집을 떠나 깊은 산속 절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허드레 일을 하면서 큰 스님의 허락을 받고 공부를 하게 되었다.

        부지런하고 영리한 도라지는 그곳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칭찬을 받으며 살게 되었다. 문득문득 바우 도령이 그리울 때면 바우 도령이 훌륭한 사람이 되어 돌아오게 해 달라고 부처님께 빌고 또 빌었다.



        어느덧 산속에 들어온지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바우 도령이 떠난 후 열 번째 진달래 꽃이 지고 또 피었다. 도라지의 마음도 봄 꽃처럼 한 것 부풀러 올랐다. 그런데 바우 도령이 오기로 한 날이 지나고 또 여러 날이 흘렀는데도 함흥차사였다.

        보다 못한 큰 스님이 마을로 내려가게 되었는데, 그곳 마을 아낙네들에게 ‘중국에서 혼인을 해서 잘 살고 있다는' 소문과 '돌아오다 풍랑을 만나 바다에 빠진 뒤 소식이 끊어졌다는’ 바우 도령의 소문을 듣게 되었다.

        그것도 모르고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도라지가 많이 가엾기도 했지만, 큰 스님은 어쩔 수 없이 이 소식을 전하게 되었다. 그 후 도라지는 슬픔에 잠긴 많은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다 어느 날 불현듯 속세를 떠나 살겠다는 말을 남기고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그 깊은 산속에 혼자 밭을 일구며 살다가도 바우 도령의 생각은 떠나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산신령님께 자꾸 도련님만 생각 하면 자신에게 벌을 달라고 기도를 올렸다.



        세월이 무심히 흘러 도라지의 고운 얼굴에도 주름살이 생기고, 머리카락도 희끗희끗해 졌다. 그런데도 도라지는 여전히 바우 도령만을 생각하다가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기도하고, 그러다 잠이 들어 바우 도령을 만나는 꿈을 꾸기도 했다.

        그날도 도라지는 바우 도령의 꿈을 꾸고 깨어나 울고 있었다. 그때 불현듯 산 신령님이 나타나셨다. 그리고는 아직도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는 도라지를 몹시도 꾸짖으셨다.

        그런데도 도라지는 한번만 바우 도령을 만나게 해 달라고 빌었다. 그러자 노하신 산신령님은 “죽지도 늙지도 말고 앞으로도 바우 도령만을 생각하며 기다리거라.”라는 말씀을 남기시고 떠나셨다. 그러자 곧 바로 도라지는 꽃으로 변하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슬픈 도라지 꽃이 되었다고 한다…




        며칠 전 도라지 꽃을 이곳 시내 동물원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연일 쏟아지는 스콜에도 더욱 화사하게 피어있는 도라지 꽃을 4년 만에 처음 본다는 어떤 아낙은 무척이나 반갑다며 신기해했다.

        처음 내가 동물원에 가자고 했을 때 냄새가 많이 난다고 반감을 갖던 그녀였기에 도라지 꽃을 만난 기쁨은 배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곳에서 그녀는 달개비 꽃도 처음 보았다고 했다.

        요즘 나는 도라지 꽃 같은 아낙들을 많이 만난다. 외국 생활이 오래일수록 외로움의 순도는 더욱 높아있다. 어떤 분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사람에게 사소한 일로 큰 상처를 입었다며. 뒤돌아서 가더라도 끝은 절대로 보일 것이 아니라는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사람 저마다의 생각 차야 어쩔 수 없겠지만,상대도 사람인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 사람에게 주었던 상처가 세월이 흘러도 아물지 않을 난치병을 주었다면 그거야말로 범죄인 것을 알아야 한다.  

        요즘 들어 가식을 벗은 진정한 어른을 만나고 싶다. 그 한 사람을 평생 사랑하며 기다리는 도라지 꽃의 전설이 성스럽다.




        진심이 보이거든...

        나는
        내 진심으로하여
        나 자신도 모르게 상처를 준다는 것을
        요즘 들어 많이 깨닫는다.
        그래서 점점
        진심을 보이기가 어렵다.

        실수로 주는 상처와
        사랑하기 때문에 주는 상처는
        언젠가는 치유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알면서 주는 인신공격은
        범죄나 마찬가지다.
        그것은 용서와 사랑이 아닌
        미움이기 때문이다.

        미움은 사소한 오해로부터 시작된 것도 있고
        질투로 시작된 것도 있고
        다른 사고방식으로 시작된 것도 있다.
        이것이야 말로 스스로가 성찰하여야 할 일이다.

        가끔 나는
        누구보다 친했던 사람에게서
        인간적 모독을 받고
        몇 날 며칠을 앓는 나약한 마음이었다가
        다시 거듭 일어서는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지난 시간의 장막이 걷히고
        진실이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가식이 정제되어
        거기에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용서를 하는 길이 최선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잡아도
        다시는 진심을 보일 수 없다고 한다.

        사람을 사랑하자.
        사람은 신이 아니다.
        개개인의 생각은 천차만별이다.
        그 생각이 같지 않다고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말자.
        그리고
        미움으로 시작된 말은 하지 말자.

        다른 사고를 접할 수 있는 시간은
        내 영역이 넓어지는 순간이다.










애린
*이글은 "슬픈 도라지 꽃" 이라는 우리나라 전래동화를 제가 간추린 것입니다. 2005-07-07
20:38:20

 


솔바람
참 슬프고 아름다운 전설이 숨어 있었군요. 베트남도 아름다운 바닷가가 많이 있지요. 바다를 보면은 사람에 마음을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 깊은 수심 속에서 일렁이는 알 수 없는 수 많은 것들과 밀물처럼 밀려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저 물보라..... 쏴아아 2005-07-08
23:30:02



루시아
도라지 꽃에도 이런 전설이.... 참 맘이 시리네요... 2005-07-09
07:30:15



애린
어린 날 어느 산엘 간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는 추석날이었고 제 고향이 아닌 곡성이라는 농촌이었어요.

가도가도 끝이 없는 들길을 따라 걸었는데 같이 간 그 언니는
다 왔다는 소리를 하지 않는 거예요.
그때 제 나이는 10살,
그 언니는 초등 육 학년 나이었는데 고아였어요.
그 언니는 주인집 할머니와 같이 살면서 집안일을 하고 있었지요.

이윽고 산을 올라 한참 만에 산 기슭 야트막한 무덤가에 다가가게 되었지요.
그리고 그 언니는 무덤 앞에 다가가 차례를 지냈는데
지금도 막연히 그곳은 그 언니의 부모님의 산소는 아니었을까 생각하고 있답니다.

그때 처음 보았답니다. 산바람에 나부끼는 연 보랏빛 도라지 꽃을…
동화 같기도 하고 소설 같은 기억이 생각 보다 제 안에 많이 있네요.

솔바람님 베트남에 살고 계신 것 같아요.
어쩌면 가까운 곳에 살면서 스친 기억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에요.

오늘 저는 베트남 사람들과 저녁 약속이 있답니다.
3년 동안 남편과 같이 일을 해 오던 한 분과 건강 때문에 헤어지게 되었거든요.
그 동안 우리 가족이 많은 도움을 받아 그 서운함이 더하네요.
자신의 건강이 나빠 쉬게 되었으면서 부탁할 일이 있으면 언제든 불러달라는
참 따뜻한 분이세요.

그 바다도 그렇게 아팠어요.
한 없이 넉넉하다가도 금방이라도 삼킬 듯 달려오던 바다…
그래도 그 해변은 참으로 넉넉하고 아름다웠지요.

남겨주신 흔적에서 참 따뜻한 온기를 느낍니다.
행복한 시간 되세요.


루시아님 슬픈 도라지꽃의 전설을 저도 처음 알았답니다.
얼마 전에는 백일홍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읽어주고는
그림읽기를 써보라 했는데
제 아들녀석이 무덤가에 십자가가 있는 비석을 세우고는
그 안에 “ 이무기를 잡으러 떠난 총각을 100일 동안 기다리다
꽃네 아가씨가 죽었다”
라고 써 놓아서 제가 많이 웃었습니다.
늘...행복하세요.
2005-07-09
15:46:35

 


솔바람
애린님, 애명이 참 예ㅃ군요. 얼마전에 베트남을 갖다온 적이 있는데 인심과 풍경이 한국하고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쩌면 베트남은 여러가지 면에서 한국과는 뗄수 없는 인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베트남이 한국 못지 않게 발전이 되리라는 것은 믿어 의심치 않치만 그래도 낯선 땅의 생활은 어려움이 많겠지요. 글세요. 저도 기회가 된다면 베트남에서 살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때가 있어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이 되시길 바랍니다.
2005-07-10
22:50:50



애린
네 어려운 점도 많구요...그래도 살만 하답니다.
이곳에서 여러해 동안 살아온 사람들이 그러네요. 올해 날씨가 정말 이상하다고요.
하루에 한번 1시간 정도 내리다가 그치고 하던 비가
올 들어서는 시도 때도 없이 너무 자주 내리거든요.
솔바람님 새 주에도 행복하세요.감사합니다.
2005-07-11
16:3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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