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캡

 

 

 

 

 


애린 일기


지는 꽃처럼 봄은 떠나고...
애린  2005-05-04 09:49:40, 조회 : 4,613, 추천 : 809





      2년 전 윤중로 벚꽃 길을 걸으며 사람멀미를 한 적이 있었다.
      옷깃을 스쳐도 인연이라던 유행가 가사처럼 그때의 내 인연들은 또 다시 눈꽃 아치 터널로 빨려 들어가고 있지나 않았는지…그렇다면 나도 그 들도 따사로운 행복을 누렸던 것이 분명하다. 적어도 그 좋은 봄날, 그 봄을 그리워하고 즐기고 있었으니까.

      언젠가 이곳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소개 된 어느 외국투자 업체를 시청하다가 나도 모르게 한 숨을 내쉰 적이 있었다.

      화면 속 공장 안에 최신형 기계들이 어찌나 잘도 돌고 있는지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기에 있을 때의 그 희망이 바로 여기로 옮겨와 버린 것 같아서였다.

      그 잘나가던 대부분의 제조업들이 우리나라를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이제는 가격의 경쟁력을 뛰어 넘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떠나온 이국에서는 그 동안 개발하고 습득한 기술을 고스란히 넘겨줄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가격 경쟁만큼 중요한 것은 상품적 가치이고 그러다 보니 어느 것 하나 뒤떨어져서는 세계시장에서 살아날 수 없기 때문이다.

      전혀 다른 기후와 환경,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에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자식을 키우는 것 또한 모험이라면 모험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여건 속에서도 우리나라의 고급 인재들은 전혀 다른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마침내 기술 심기에 성공한다.

      처음 후진국에서 수입한 물건을 기억할 수 없으리만치 조화를 이루어 시장에 진열되어 있는 것으로 설명은 충분하다 할 수 있다.

      그랬던 사람들 중에는 지난 노력과 열정이 무색하게도 떠나올 때보다 더욱 바닥으로 추락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았다.

      뜻이 같은 사람끼리 만나 이루고자 했던 꿈이 물거품이 되었노라고 눈시울을 붉히던 어느 아낙이 문득 생각난다.

      그녀의 남편과 한국인 동료들은 회사가 정상가도에 들어가면 각자 지분을 나눠 갖기로 하고 최소한의 생활비만 받아가며 이 나라 근로자들에게 기술을 가르치고 관리하며 밤 늦은 야근을 불사하며 최선을 다해 일했다고 했다.

      그런데 최소한의 생활비로는 아이들 학비와 집세를 감당할 수 없어 한국에 있던 전셋집을 빼와 충당하며 살았단다.

      그러는 동안 사장이란 분은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면서 한국인 직원들에게 주던 한달 생활비만큼 들어가는 외국인학교에 자식을 보내면서  정작 한국인 직원에게 들어가는 그 알량한 생활비마저 미루기 일쑤였단다.

      그렇게 보낸 세월이 3년이라며 아무리 착하게 살고 싶어도 그 동안 그 사람을 믿으며 보낸 시간간과 최선을 다한 노고가 너무 아깝고 억울하다고 했다. 그래도 젊은 날의 실패로 여기고 다행히 모두 건강하니 새로 얻은 일터에서 다시 첫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 보겠노라고 했다.

      상처가 생겨 곪아터져도 아프다는 표도 없이 현란한 꽃 속에 숨어서 지고 있는 꽃들처럼 속절없던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그들에게 축복의 비가 뿌려지길 진심으로 빌어본다.

      우리나라를 떠나보니 우리나라사람들이 사는 곳은 너무나 좁았다. 자유롭다 하나 그 자유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는 구속이 되기도 했다. 그런 생활이 비단 여기에만 국한 된 것은 아닌 것 같다.

      이웃 나라에서 오랫동안 살다 온 어느 주부의 경험에 의하면 어렵게 열었던 자신의 마음이 돌고 돌아서 결국 자신의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꽂히더란다. 처음 여기에 왔을 때 들었던 당부도 바로 그런 거였다.

      어쩌면 나도 어느 거리의 단상에 올라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너무 걱정은 하지 않는다. 살다 보면 때로 소멸의 아쉬움도 있을 터이고 그리고 우리가 또다시 희망을 품고 살 수 있는 것은 지는 꽃처럼 그 좋던 봄날이 잠시 떠나가 주었기 때문이 아닌가.





애린
고향을 떠나 타향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다르듯이
타국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많이 다릅니다.
그 하나 하나의 사람들 마음이 나와 같을 진대
이렇게 벽으로 느끼고 살아가는 참 못난 사람이지요.

그러나 내 안의 전부를 열지 못해도
우린 곳곳에서 내 나라 사람임을 절감하며 살아가지요.
2005-05-07
10:47:01

 


  추천하기   목록보기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Notice  저품질 사진 원인  [1]  애린 2011/11/24 864 5641
Notice  내 그리운 찰나.........  [2]  애린 2011/02/19 624 3477
78  회상3 ( 유년의 숲)    애린 2012/06/28 522 3174
77  회상2 (내 오래된 동화)  [1]  애린 2011/10/04 804 5899
76  마음의 뜰    애린 2011/09/04 722 4127
75  지금은 회복중    애린 2011/06/12 629 3236
74  파티    애린 2011/05/03 657 3254
73  봄의향연    애린 2011/04/24 627 3324
72  푸른 길 따라....  [5]  애린 2010/08/25 703 3751
71  이름 모를 꽃 되어  [2]  애린 2010/07/03 712 3721
70  아름다운 시절~  [2]  애린 2010/05/23 694 3554
69  갯것  [2]  애린 2009/11/20 719 3494
68  어떤 별에게...  [2]  애린 2010/01/03 746 3495
67  쑥 그리고 그리움  [2]  애린 2010/05/17 663 3893
66  바람의 말  [4]  애린 2009/07/06 720 3848
65  내 안을 흔드는 바람(2)  [2]  애린 2009/05/04 692 3772
64  안도 가는 길...  [6]  애린 2009/08/15 775 4151
63  꽃 비    애린 2009/07/21 680 3590
62      애린 2009/03/08 709 3796
61  수제비    애린 2009/02/22 671 3884
60  물 빛 그리움  [3]  애린 2008/11/30 689 3930
59  따사로움  [2]  애린 2008/11/16 700 3877
58  한 밤 중에...    애린 2008/11/09 714 3936
57  가을이야기.    애린 2008/10/31 703 3994
56  생일    애린 2008/10/05 691 3774
55  뒷 모습    애린 2008/09/21 762 3930
54  짝꿍    애린 2008/09/07 714 4021
53  나에게    애린 2008/08/15 713 3952
52  바람이 기댈 곳은...    애린 2008/07/03 752 4077
51  하늘이 구름이  [2]  애린 2008/05/21 759 4161
50  그늘은 봄바람에 말리고...  [2]  애린 2008/04/26 748 4053
49  회상 (웃서고지 오르는 길)    애린 2008/01/30 793 4716
48  꿈 이야기    애린 2008/01/09 740 3903
47  단풍    애린 2007/11/20 719 4043
46  내 안을 흔드는 바람  [3]  애린 2007/10/25 763 4245
45  강물은 흘러가고...    애린 2007/08/13 660 4040
44  목마름    애린 2007/07/12 790 4329
43  내 그리운 찰나  [4]  애린 2007/05/17 756 4558
42  퇴근 길    애린 2007/02/07 783 4563
41  영화는 끝나고.    애린 2007/01/15 780 4237
40  가을녘에서...  [5]  애린 2006/11/15 763 4324
39  뜻밖의 봄  [2]  애린 2006/10/02 747 4068
38  무엇이 옳은 걸까.  [9]  애린 2006/09/17 785 4560
37  그 여름날의 추억  [4]  애린 2006/08/19 1019 4578
36  여백  [9]  애린 2006/08/01 770 4461
35  감 꽃  [5]  애린 2006/07/08 782 4405
34  노을 물든 날  [2]  애린 2006/06/26 794 4715
33  강촌의 추억  [6]  애린 2006/05/28 950 20964
32  미열  [4]  애린 2006/04/21 795 4663
31  사춘기  [2]  애린 2006/03/05 799 4556
30  반딧불이  [2]  애린 2005/12/14 854 4754
29  가을비  [6]  애린 2005/10/23 814 4963
28  짐을 꾸리며.  [6]  애린 2005/08/08 747 4876
27  슬픈 도라지 꽃  [6]  애린 2005/07/07 804 4731
26  그녀에게서 풀 냄새가 난다.  [3]  애린 2005/06/15 789 4606
 지는 꽃처럼 봄은 떠나고...  [1]  애린 2005/05/04 809 4613
24  세월은 마데카솔 연고처럼...  [1]  애린 2005/03/23 780 4750
23  어느 고마운 날의 단상    애린 2005/02/21 798 4536
22  앞집 남자    애린 2005/01/28 812 4964
21  바로 옆에 있는 것.    애린 2005/01/17 931 4928

    목록보기 다음페이지 1 [2]
       

Copyright 1999-2024 Zeroboard / skin by z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