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캡

 

 

 

 

 


애린 일기


내 안을 흔드는 바람(2)
애린  2009-05-04 09:07:05, 조회 : 3,078, 추천 : 636





집 떠난 지 다섯시간 만에 우리는 충주호를 스치고 있습니다.





오래전 터전을 이루고 살던 사람들의 그리운 고향은 호수에 잠기고,
호수는 오랫동안 목이 말라
이제는 무성하게 자란 잡풀들이 호수를 지우고 있습니다.





  하루 일찍 집을 떠난 건너편 지인들이 우리를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그 밤의  달님은 유리같이 잔잔한 물결위에 아롱져
세상에는 없을 것 평안을 주었다  합니다.

그것을 깬 것은 부엉이 자장가도 아니고,
님을 찾는 산짐승 울음소리도 아니고,
세속을 연결하는 휴대폰 소리였데요.....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세파에 흔들리고 무너진 가슴들이 수 없이 스쳤을 길을 따라
오늘도 산 나무는 우주를 향해 팔을 벌리고 있습니다.

“그래, 어서 오너라. 내 너를 안고 나를 안으마...
그렇게 한 세상 살다가 가더라도
이 찬란한 시절의 너와 나를 잊고 또 잊어
다음세상의 내가 되리라.”


  


그렇게 만들어진 나의 길은 오늘도 길을 이루어
내일을 향하고 있습니다.


  


경축 행사가 끝난 산사는
현란한 연등이 낮을 밝혀
오월의 빛이 절정을 이룹니다.





  그리고
아직도 다 하지 못한 간절한 기도는
끝없이 줄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 자리에 선 염치없는 내 기도는
머릿속을 헤매다
정처없이 길을 떠납니다.


  


내려오는 길
할머니 두 분이 말을 건넵니다.

다리가 아파서 엄두가 나지 않으니
산 아래까지만 데려다 달라고....





40여년전에 이 산사를 다니시던 중년의 아낙은
이제 아흔이 넘었다 합니다.
그분을 어머니로 두신 일흔의 따님은
산 아래까지 내려온 절의 차를 타기위해
이른 새벽 제천에서 버스를 타셨다고요...

뚜벅 뚜벅 걸어오신 먼 길이
이제는 얼굴위에 길을 만들고 있었네요.

'얼굴에 골이 깊으면 깊을수록 가벼워진 마음이라시면서도
빌고픈 무언가는
어쩌다 이 깊은 산골까지 이어지셨나요...'


  


“ 할머니, 저 잠깐 사진 좀 찍을 게요.”

오래전에 지어졌다는 영화 세트장을 스치다 말고 정차하자
두분의 할머니는 합창을 하십니다.

“그러세요...이 늙은이들은 신경 쓰지말고 ....
산 아래만 데려다 주면 됩니다.하하하"


  


할머니들과 헤어지고서야
때 늦은 점심을 먹습니다.
지인들이 뜯어두신 산나물에 싸먹는 쌈밥이
기가 막힙니다.






  


때마침
물 건너 푸른 빛이
'나를 보려거든
너는 거기에 있어야 한다고...'
내가 쌓아둔 그늘을 밀치고 들어와
나를 흔듭니다.





이윽고 우리는 다시
오던 길을 따라 떠납니다.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이제 곧
내 발자국은 지워질 테고
그 자리에 다시 푸른 길이 드리워져
누군가의 새로운 길이 되겠지요.


  


내 마음을 흔드는 바람을 따라..........


글,사진/애린/2009.5
장소/충북 제천 금수산 무암계곡. 무암사.무암저수지








* 애린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0-08-03 10:55)


산적두목
글과 사진에서
전해오는 삶의
깊이를 보게 됩니다.

녹음이 짙어가는
나목처럼
내면에 쌓이는 지혜를
탐내 보시구려.
2009-05-07
06:34:27

 


애린
저는 요 며칠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엄마의 빈 자리가 실감나지 않지만
사실이라는 사실이 참 못견디게 하네요.
그래도 계절은 잘도 돌아와 이리도 고운데요...
오월...잘 보내고 계시지요?
2009-05-08
23:02:11

 


  추천하기   목록보기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Notice  저품질 사진 원인  [1]  애린 2011/11/24 793 4873
Notice  내 그리운 찰나.........  [2]  애린 2011/02/19 572 2903
78  회상3 ( 유년의 숲)    애린 2012/06/28 511 3174
77  회상2 (내 오래된 동화)  [1]  애린 2011/10/04 729 5112
76  마음의 뜰    애린 2011/09/04 660 3449
75  지금은 회복중    애린 2011/06/12 575 2653
74  파티    애린 2011/05/03 599 2667
73  봄의향연    애린 2011/04/24 576 2745
72  푸른 길 따라....  [5]  애린 2010/08/25 650 3081
71  이름 모를 꽃 되어  [2]  애린 2010/07/03 659 3055
70  아름다운 시절~  [2]  애린 2010/05/23 640 2992
69  갯것  [2]  애린 2009/11/20 668 2896
68  어떤 별에게...  [2]  애린 2010/01/03 690 2901
67  쑥 그리고 그리움  [2]  애린 2010/05/17 610 3250
66  바람의 말  [4]  애린 2009/07/06 667 3175
 내 안을 흔드는 바람(2)  [2]  애린 2009/05/04 636 3078
64  안도 가는 길...  [6]  애린 2009/08/15 723 3439
63  꽃 비    애린 2009/07/21 627 2973
62      애린 2009/03/08 648 3092
61  수제비    애린 2009/02/22 616 3183
60  물 빛 그리움  [3]  애린 2008/11/30 637 3222
59  따사로움  [2]  애린 2008/11/16 644 3167
58  한 밤 중에...    애린 2008/11/09 661 3205
57  가을이야기.    애린 2008/10/31 644 3307
56  생일    애린 2008/10/05 630 3056
55  뒷 모습    애린 2008/09/21 709 3217
54  짝꿍    애린 2008/09/07 654 3294
53  나에게    애린 2008/08/15 660 3259
52  바람이 기댈 곳은...    애린 2008/07/03 704 3356
51  하늘이 구름이  [2]  애린 2008/05/21 702 3456
50  그늘은 봄바람에 말리고...  [2]  애린 2008/04/26 699 3344
49  회상 (웃서고지 오르는 길)    애린 2008/01/30 735 4025
48  꿈 이야기    애린 2008/01/09 685 3222
47  단풍    애린 2007/11/20 662 3342
46  내 안을 흔드는 바람  [3]  애린 2007/10/25 706 3573
45  강물은 흘러가고...    애린 2007/08/13 605 3353
44  목마름    애린 2007/07/12 731 3613
43  내 그리운 찰나  [4]  애린 2007/05/17 697 3897
42  퇴근 길    애린 2007/02/07 723 3858
41  영화는 끝나고.    애린 2007/01/15 725 3522
40  가을녘에서...  [5]  애린 2006/11/15 707 3628
39  뜻밖의 봄  [2]  애린 2006/10/02 698 3361
38  무엇이 옳은 걸까.  [9]  애린 2006/09/17 725 3831
37  그 여름날의 추억  [4]  애린 2006/08/19 960 3884
36  여백  [9]  애린 2006/08/01 710 3737
35  감 꽃  [5]  애린 2006/07/08 726 3733
34  노을 물든 날  [2]  애린 2006/06/26 735 4060
33  강촌의 추억  [6]  애린 2006/05/28 889 20266
32  미열  [4]  애린 2006/04/21 738 3943
31  사춘기  [2]  애린 2006/03/05 739 3856
30  반딧불이  [2]  애린 2005/12/14 794 4040
29  가을비  [6]  애린 2005/10/23 761 4215
28  짐을 꾸리며.  [6]  애린 2005/08/08 694 4166
27  슬픈 도라지 꽃  [6]  애린 2005/07/07 747 4032
26  그녀에게서 풀 냄새가 난다.  [3]  애린 2005/06/15 730 3900
25  지는 꽃처럼 봄은 떠나고...  [1]  애린 2005/05/04 748 3903
24  세월은 마데카솔 연고처럼...  [1]  애린 2005/03/23 723 4075
23  어느 고마운 날의 단상    애린 2005/02/21 741 3871
22  앞집 남자    애린 2005/01/28 758 4255
21  바로 옆에 있는 것.    애린 2005/01/17 870 4234

    목록보기 다음페이지 1 [2]
       

Copyright 1999-2024 Zeroboard / skin by z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