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소리

풀잎 소리

건망증

애린	2014-10-09 00:08:08, 조회 : 1,209, 추천 : 262

소갯말

건망증

점심시간에 나온
된장 뚝배기를 본 순간
행주 삶느라 켜둔
가스불이 생각났다.

일순간 기억의 에너지가
섬광처럼 빛난
가스 불에 운집해
그 밖의 모든 촉수는
정전된 듯 아득하였다

결국 집으로 돌아와서야
흩어진 퍼즐 조각을
맞출 수 있었고
그새 행주는
내게서 빠져나간 시간만큼
허옇게 말라 가고 있었다.

새날이 밝아올수록
나와 나는 노쇠하여
서로에게 몰입하지 못한 채
몸서리쳐도
어차피 그 끝엔
까맣게 잊혀갈 수밖에..

그러나
내 걸어온 공간 속 부재가
내 인생을 채워가도
아쉬울 일도
아까울 일도 아니다.

먼 훗날 나와 내가
서러운 작별을 고하지 않고도
아득히 멀어간 은하수에
안착할 수 있다면...

글/애린

* 애린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6-01-21 16:23)

추천하기

목록보기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27	풀잎과 바람	애린	2014/06/20	423	1556
26	엄마의 자리 [3]	애린	2014/07/19	246	1283
25	낙엽	애린	2014/11/10	240	1241
24	달개비	애린	2014/06/05	252	1236
23	달개비 꽃	애린	2014/06/21	246	1232
22	꽃이 핀다한들...	애린	2014/05/01	260	1227
	건망증	애린	2014/10/09	262	1209
20	비렁길을 걸으며..	애린	2015/05/13	229	1187
19	비로소	애린	2015/11/19	229	1097
18	금계국을 보며...	애린	2015/06/12	211	1063
17	동행	애린	2015/07/14	230	1036
16	봉숭아 [3]	애린	2012/10/20	98	699
15	나무가 길 건너 나무에게...	애린	2014/07/14	87	529
14	문득,그믐 밤 산길에서...	애린	2016/01/25	0	27
13	인연	애린	2016/07/16	0	9
12	에피소드	애린	2016/06/08	0	6
11	국제문학 가을호/2017	애린	2017/11/25	0	6
10	공작산 생태숲 나들이	애린	2016/05/02	0	5
9	단비	애린	2016/03/07	0	5
8	국제문학 여름호/2017	애린	2017/06/30	0	4

목록보기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1]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