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캡

 

 

 

 

 


풀잎 소리


나무가 길 건너 나무에게...
애린  2014-07-14 23:45:26, 조회 : 519, 추천 : 72
소갯말
나무가 길 건너 나무에게



    푸름이 영영
    떠날 것 같지 않던 네가
    그래서 너무도
    당당해 보이던 네가
    어느 날 지나가는 바람에게
    이유 없이 차이는 걸 보았어. 

    어떤 신음도 없이 앓고 있는 네게
    아무런 위로도 할 수 없었지만
    빈번한 그 고통이
    내 깊숙한 폐부까지 와 닿던 날
    나는 비로소 너를 이해하려 했지. 

    모든 걸 떠안고 사느라
    이따금 귀에서 바람소리가 난다고
    찬 겨울밤 홀로 울고 있는
    너를 보았어. 

    얼마나 더 버텨야
    걸음을 뗄 수 있는지
    알고 싶은 여력도 없이
    빈 가지 흔들며 떨고 있는
    너를 보았어. 

    그러나 풀씨처럼 떠나와
    끝 모를 시간을 남겨둔
    갈잎의 계절 앞에서
    문득 너에게
    묻고 싶은 게 있었지. 

    찬찬히 변해가는 내 모습에서
    내가 본 가엾은 넋을
    거두어 본 적이 있는지를...
    그래서 목 놓아
    울어본 적이 있는지를... 
     


    오늘도 너는
    깊은 밤에도 잠들 수 없는
    6차선 도로변에서
    윙윙 바람소리를 듣고 있지. 

    내가 너의 바람 소릴
    가만히 지켜보듯
    너는 내 가지 흔드는 바람을
    떠안고 있지. 

    홀로 보는 세상에서
    홀로 깬 의식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면서
    차마 숨겨둔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한 채
    속절없이
    세월만 보내 누나.

    그래도
    나무가 길 건너 나무에게
    매일 하고싶은 말은

    나에게 너는
    드넓은 우주에서 날아온
    미풍보다 살갑다.

    때로는
    내 마음 깊은 곳에 흐른
    고향보다 따습다.

    글,사진/애린

 


  추천하기   목록보기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40  빗물  [4]  애린 2009/01/24 346 2898
39  달개비 꽃    애린 2014/06/21 68 546
38  엄마의 자리  [3]  애린 2014/07/19 74 641
 나무가 길 건너 나무에게...    애린 2014/07/14 72 519
36  달개비    애린 2014/06/05 82 579
35  꽃이 핀다한들...    애린 2014/05/01 88 573
34  비로소    애린 2015/11/19 42 363
33  그림자    애린 2015/10/11 45 369
32  칠월의 풋감 앞에서    애린 2015/07/26 50 419
31  동행    애린 2015/07/14 38 359
30  금계국을 보며...    애린 2015/06/12 40 409
29  비렁길을 걸으며..    애린 2015/05/13 44 512
28  동백꽃 연정  [3]  애린 2007/12/31 275 2083
27  야간열차  [1]  애린 2015/02/14 55 544
26  낙엽    애린 2014/11/10 52 560
25  건망증    애린 2014/10/09 69 532
24  호수만큼 고독이 고이면...    애린 2005/03/28 203 1204
23  바다에게...    애린 2014/06/21 68 524
22  낭끄터리.  [3]  애린 2005/07/04 109 1375
21  스치는 바람    애린 2012/05/03 132 1126

    목록보기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1] 2 [3]
       

Copyright 1999-2020 Zeroboard / skin by z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