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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새앙쥐
애린  2010-08-13 22:50:55, 조회 : 1,876, 추천 : 378


      어머니의 새앙쥐 / 김귀숙

      우리 어머니 별명은 '동네 형님'이시다. 팔순의 연세이기도 하지만
      동네 사람들이 거의 '형님' 하며 따른다. 항상 씩씩하고 밝으며
      유머도 있어 인기가 좋으신 편이다.

      젊은 날에는 이재에도 밝아, 생활을 통 모르고 바람같이 떠돌던
      남편 대신 일선에 나서서 자식들의 장래까지 열어 주신 당찬 분이다.
      그리고 지금도 고향이 좋다면서 홀로 꿋꿋하게 고향을 지키고 계신다.
      그런데 우리들은 하는 일 없이 핑계거리를 만들기도 하면서 일 년에
      두세 번 있는 행사 날 아니면 고향집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있다.

      그날도 연례행사로 사촌들과 여름 휴가를 보내러 고향 가는 길에
      잠시 친정에 들렀다. 몸이 얼도록 시원한 냉방차에서 내려 집안에
      들어서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마치 불기운이 확 몰려오는 것 같은
      무더위였다. 안방에 에어컨을 사 드렸는데도
      몸에 밴 절약정신 때문인지 그냥 전시용으로만 있을 뿐이었다.

      인사하는 것도 잊은 채 '노인들이 무더위에 얼마나 돌아가시는지
      아느냐? 작년 무더위엔 프랑스에서 수십 명이 죽었다.'는 등 협박까지
      하면서 결국 한낮에는 냉방기를 켜겠다는 약속을 겨우 받아냈다.

      그런 와중에 건넌방 문이 굳게 닫혀 있는 게 보였다. 안방과 연결된
      그 방은 뒷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통과시키는 중요한 공간이다.
      이 무더위에 문까지 닫았느냐며 활짝 열어 놓으려는 순간, 어머니께서는
      질색을 하며 방문을 닫으라고 성화를 대셨다. 내가 의아해하자
      손으로 문지방을 가리켰다. 문설주에 갉아져서 패인 홈이 보였다.

      사연인즉, 얼마 전부터 부엌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길래
      쥐 잡이용 끈끈이 테이프를 몇 군데 놓으셨다는 것이다.
      며칠 뒤 다급하게 찍찍거리는 소리가 들려와 나가 보니 어린 새앙쥐가
      애처로운 눈빛으로 애원하듯 울부짖고 있더라는 것이다. 순간
      망설이다가 그냥 신문지로 덮어 두고 자리를 피해 버리셨다고 한다.

      다음날 보니 새앙쥐는 탈출에 성공했다. 묘하게 이 녀석은 양심이
      있는지, 부엌과 건넌방만 오가며 저지레를 쳤다. 어머니는 새앙쥐의
      동거를 묵인하기로 작정하셨다는 것이다. 녀석의 공간은 부엌으로만
      경계를 짓고 녀석도 평소에는 아는 듯이 정해져 있는 공간에서
      잘 놀다가 가끔씩 심술이 나면 곡물이 들어 있는 건넌방 문을
      갉아 놓는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어이없어하며 불결하게 그런 걸
      집 안에 놓아두면 어떻게 하느냐며 부산스레 녀석을 잡아내려 했다.

      그때였다. 등 뒤에서 어머니의 힘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냅둬라. 그것도 없는 것보다 낫더라. 혼자 있는 것보다 심심하지도
      않고…." 순간 내 온몸에서 힘이 스르르 빠져 나갔다. 나는 왜 항상
      어머니는 위풍당당하고 씩씩한 분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을까?

      방에 들어와 냉방기를 켰다. 방안은 곧 시원해졌다. 그러나 이제는
      몸과는 다르게 마음이 불을 안고 있는 것 같았다.

      서울로 돌아오는 차 속에서, 넓은 방안에 오두마니 앉아 TV만 보고
      계실 어머니의 왜소한 뒷모습이 자꾸만 눈앞에 어른거렸다.



      *
      '어머니는 늙지 않는다' 中에서 / 정호승


      사람은 누구나 다 늙는다.
      이 세상에 늙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이 땅의 어머니들만은 늙지 않았으면 한다. 나에게
      소원이 하나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이 땅의
      어머니들이 늙어가는 모습은 왠지 애잔하고 눈물겹다.

      나의 어머니도 이젠 많이 늙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시계 볼 줄 모른다고 빗자루 몽둥이로
      나를 때리시던 예전의 어머니가 이미 아니다.
      채마밭에 김을 매거나 닭모이를 주거나 한 무더기씩
      나오는 힘든 빨래를 하고 나서는 밥을 콩나물과 고추장에
      비벼 한 양푼이나 드시던 젊은 날의 어머니가 이미 아니다.

      이제는 어머니가 즐겨 가꾸시던 꽃밭도 이미 없다.
      어머니가 가꾸시던 우리집 꽃밭에는 장미, 달리아,
      채송화, 분꽃, 봉숭아, 달맞이꽃, 수국 등의 꽃들이
      겨울이 될 때까지 늘 그치지 않고 피었다 졌다.

      아, 맞아. 어머니는 특히 석류나무를 좋아하셨지.
      가을햇살을 견디지 못하고 기어이 석류가
      그 붉은 속살을 부끄러운 듯이 톡 드러내놓으면
      어머니는 그걸 따다가 안방 한구석에 걸어 놓으셨지,
      가끔은 간식거리가 없던 우리 형제들에게
      보석 같은 석류를 먹으라고 내어놓기도 하셨고.

      맞아, 어머니는 석류가 붉게 익으면 석류나무 앞에서
      곧잘 사진도 찍으셨어. 옥색 치마 저고리를 꺼내 입으시고
      한 손으로 살며시 나뭇가지를 잡으시고 마치
      새색시처럼 부끄러운 미소를 띠며 사진을 찍으셨지.

      그러나 이제 늙으신 어머니가 가꾸실 꽃밭은 없다.
      어머니 인생의 꽃밭에 있는 꽃들은 모두 시들어버렸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석류나무 아래에서 찍은 옛사진을 꺼내놓고 보면
      지금의 어머니는 세월이 흐른 만큼이나 그 모습이 변해 있다.
      어머니는 흑백의 사진 속에서만 영원히 젊은 뿐,
      지금은 허리마저도 꼬부장하고 걸음마저도 활발하지 못하다.

      틀니를 빼고 혼곤히 잠들어 주무시는 모습을 보면
      입 주위가 유난히 합죽하고,
      키가 더욱 줄어든 것 같아 문득 눈물이 고인다.
      어머니가 확실히 늙으셨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어머니의 한 마디 말씀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어머니는
      나에게 '고맙다'라는 말씀을 곧잘 하신다.
      변변치 못한 용돈 몇만 원을 드려도, 어쩌다
      쇠고기 한 근을, 사과나 감 몇 개를 가지고 가도
      그저 "고맙다, 고맙다" 하신다.

      "어머니는 무슨 그런 말씀을 다하세요.
      부모 자식간에 고마운게 다 어딨어요."

      내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이렇게 한마디 하면
      그래도 어머니는 그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때 문득 깨달을 수 있었다, 부모가 자식에게 고맙다는
      말을 할 때쯤이면 부모는 이제 몸도 마음도
      다 늙으신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때즘이면
      자식들이 어머니의 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그러나 나는 아직 어머니의 아름다운 꽃이 되지 못한다.
      어머니가 나이가 드실수록 나도 철없이 나이만 들어왔을 뿐이다.
      이제 내가 철이 든 게 하나 있다면 그것은
      이 땅의 어머니들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머니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분이며,
      그 소중한 어머니를 주신 분이 바로 하느님이라는 것이다.
      하느님이 주신 평생의 귀한 선물이
      바로 어머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
      나는 너무나 많은 시간을 허비해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아직도 늦지 않았다.
      늙지 않았다는 것은 곧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진정으로 어머니가 늙지 않기를 바란다면,
      영원히 늙지 않으실 것이라고 진정으로 믿는다면,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은 영원히 늙지 않으실 것이다.
      왜냐하면 어머니도 하느님처럼 우리에게
      사랑의 존재이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다음과 같은 글을 기도처럼 읊조리고 되뇌어본다.

      하느님은 아름다운 어머니를 만드셨습니다.
      어머니의 미소를 햇빛으로 만들고,
      어머니의 심장을 순금으로 만들고,
      어머니의 눈 속에 밝게 빛나는 별을 심으시고,
      양볼에 예쁜 장미를 심으셨습니다.
      하느님은 아름다운 어머니를 이렇게 만들어 저에게 주셨습니다.
      결코 늙지 않는 아름다운 어머니를 주셨습니다.
      영원히 나의 마음에 아름다움으로
      다가오시는 어머니를 하느님은 주신 것입니다.





애린
바닷가 고향집
엄마가 감나무 아래서 생선을 손질할라치면
사방에서 부시럭댑니다.
들고양이 때들이었지요.
고녀석들은 울엄마가 어떻게 할지 다 알고 있었거든요.
아까운 생선을 왜 고양이한테 주냐고 하면
엄마는 " 냅둬라 그래도 가끔은 이쁜짓 한다고
쥐도 잡아놓고 하니라.."

아이들이 자랄 수록 넓어져가는 울 엄마의 자리에
슬픈 기억만이 눈물짓게 했습니다.

그 뜨겁던 여름도
서서히 소멸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건강하시지요?
2010-08-13
23:05:34

 


산적두목
구구절절 남의 얘기
같지 않네요.

어머니가 홀로
계신 뒤부터

아침 저녁으로 어린아이 돌보듯
끼니 거르지 말고
약 챙겨 드시라는 말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고향나들이는
즐거웠는지요.
2010-08-14
09:29:15

 


애린
네...즐거웠습니다.
신기항을 출발해
드디어 금오도 땅도 밟아보았구요.
그곳의 바람냄새 풀 빛까지
아직 제 가슴에 머물고 있습니다.
2010-08-18
23:4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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