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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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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잡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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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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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01 12:13:20, 조회 : 1,835, 추천 : 356 |
포호삼법(捕虎三法)이란 것이 있습니다. 이는 호랑이를 잡는 데 세가지 방법이 있다는 말입니다. 호랑이도 여러 가지가 있어서 어리석은 놈, 범상한 놈, 그리고 영웅적인 놈 세가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호랑이를 잡자면 이 유형에 따라 방법을 달리해야 합니다.
첫째, 어리석은 호랑이를 잡는 법은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알고있는 사실입니다. 호랑이가 잠잘 때에 살그머니 가서 잘 드는 칼로 호랑이 얼굴을 열 십자(十字)로 쫙 그려 놓고 뒤로 돌아가 호랑이 꼬리를 잡고 ‘이놈’하고 소리를 지르면 깜짝 놀라 깨어 후다닥 달아나는 바람에 알맹이만 쑥 빠져 달아나고 껍질은 그대로 남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범상한 호랑이를 잡는 데는 이 방법으로는 안 됩니다. 범상한 호랑이란 녀석은 어리석은 놈과는 달라 칼로 두피를 가르려다간 큰 코를 다칩니다. 말하자면 범상한 호랑이기에 우호 보다는 나은 편이지요. 이런 호랑이를 잡자면 왜 그 진드기란 기생충이 있지 않던가요.
그 진드기란 놈 한 스무 마리쯤 잡아가지고 호랑이 자는 데를 찾아가서 호랑이란 놈 불알 근처에 놓아두면 됩니다. 진드기 스무 마리가 한꺼번에 총공격하는 바람에 잠자던 호랑이는 근지러워 못 견뎌 잠을 깨 가지고는 이빨로 제 불알을 자근자근 깨문다는 것입니다. 한창 시원한 고비에 이르면 그만 저도 모르게 꽉 하고 깨무는 통에 불알이 딱 끊기어 호랑이 입 속에 남게 되고 그래서 호랑이는 제풀에 죽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영웅 호랑이는 이 두 가지 방법으론 다 안 됩니다. 영웅 호랑이는 머리가 기민 할 뿐 아니라 기개가 높아서 함부로 다루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영웅 호랑이는 사람 세상과 마찬 가지로 지조를 지키느라 대개 아호가 많습니다. 이런 영웅 호랑이를 잡으려면 여자의 서답(月經帶)을 가지고 가야 합니다.
영웅 호랑이가 자는 코앞에 이 서답을 던져두면 됩니다. 배가 고픈 영웅 호랑이는 무슨 피비린내를 맡고 눈을 뜹니다. 앞발을 내밀어 서답을 당겨다 놓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이게 무슨 고길까, 토끼고기도 아니고 노루고기도 아니고 이게 무얼까. 서답을 한번 뒤집어 놓으며 고개를 기울이고 호랑이는 심사숙고 하게 됩니다. 이윽고 영웅 호랑이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내 일찍이 들으니 인간 여자의 하문(下問)에서 이런 것이 나온다더니 이게 바로 그건가 보구나. 내가 아무리 배가 고픈들 이거야 먹을 수 있나.”
영웅 호랑이는 한숨을 한번 쉬고는 분연히 자살하고 맙니다. 늙어서 토끼나 노루를 좇을 힘도 없고 불의와 창피를 무릅쓰자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마침내 영웅 호랑이는 자살하고 만다는 것입니다. 죽어서 호피만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호랑이도 영웅은 분사의 기개로 이름을 남긴다는 것입니다.
이것으로 포호삼법은 끝이 납니다. 호랑이 잡는 법도 다분히 한국적입니다. 어찌 보면 이건 호랑이 잡는 법이 아니라 사람 잡는 법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훈 선생께서는 한국의 유머는 기발하기보다는 은근하고 슴슴한 숭늉 같으면서도 버리기 어려운 운치가 있고, 눈물이 스며 있고, 달관과 농세가 있어 좋다고 했습니다. 또 자자분 하고 얌체 없는 것이 아니고 아주 의젓하면서 실소와 홍소를 금할 수 없게 하는 그 맛이란 천하 일품이라 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나라의 유머를 비교해 보면 거기에는 제각기 민족성이 단적으로 발로됨을 볼 수 있거니와 우리 유머의 묘처는 그 결구의 단락을 마지막 한마디에 두는 것, 다시 말하면 점층법으로 쌓아 올리다가 클라이맥스에 가서 일격에 무너뜨리는 고대 비극적 수법의 대단원이 있다고 했습니다.
노파심에서 한마디 일어 둡니다. 노약자나 임산부는 절대 따라 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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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해 우리가 동물에게 배워야 할 첫번째는
사랑하는 이의 말을 말 없이 들어 주는 것이라 했습니다.
어찌 그런 동물을 잡아버릴 생각을 합니까?요~ㅎㅎㅎ
참 재미있는 글이네요.
점층법으로 쌓아 올리다가
클라이맥스에 가서 일격에 무너뜨리는 고대 비극적 수법!
그 것은 호랑이 잡는 것보다 더 어렵겠습니다.
어리석은 호랑이 한 마리 잘 훈련 시키듯
차근차근 올라가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다 더 이상 오를 고지가 앞에 있지 않을 때
인정 사정없이 무너 뜨리 겠습니다.
글 감사하고요.
참! 건강하시지요?
전 노약자는 아니지만
절대 따라 할 수 없으니
걱정 놓으십시오. |
2004-07-01
12: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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