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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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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모두 당신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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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리
(Homepage) |
2006-09-07 16:33:14, 조회 : 1,534, 추천 : 375 |
그것은 모두 당신 덕분입니다 /유랑
하나. 내가 모르는 친구 명호
명호는 우리 학교 학생이지만 내가 잘 모른다.
내가 수업에 들어가지 않는 자연계열 학급 학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호의 담임 선생님께 명호의 이야기를 자주 들어 아주 친숙하게 느껴지는 아이다.
명호의 집은 가난하다.
그래서 명호는 용돈이 궁하다.
일주일에 만 원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먹고 돌아서면 배고픈 열아홉 나이지만 매점에서 간식을 사 먹는 것은
명호에게는 사치였다.
교재와 학용품, 각종 잡비를 내기에도 버거운 명호는,
생수병에 물을 담아 놓고 배가 고프면 그것으로 허기를 채웠다.
그래서 고등학교 3학년, 명호의 자리에 항상 커다란 생수병이 놓여 있었다.
그런데 명호의 담임 선생님 목울대를 울렁거리게 한 사건이 지난 중간 고사 때 있었다.
초등학교 화장실 청소일을 하시는 명호 어머니께서 허리를 다치셨단다.
명호는 어머니를 대신해서 중간고사가 끝나면 그 초등학교로 달려가 어머니 대신 화장실 청소를 했단다.
그리고 일주일에 만 원씩 받았던 용돈을,
그 빈약한 용돈 중에서 오랜 시간 동안 이를 악물며 모아 두었던 삼십만 원을,
대학 입학금에 보태려고 모았두웠던 그 귀중한 돈을 들고
어머니와 함께 한의원에 갔단다.
그리고 한의사님께 이렇게 말했단다.
" 선생님. 우리 어머니께서 저를 학교에 다니게 하기 위해 일을 하시다가 허리를 다치셨습니다.
저 때문에 어머니가 다치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갖고 있는 것은 30만원이 전부입니다.
죄송하지만 이 돈으로 저의 어머니 치료비와 보약값을 할 수 있을까요?"
둘. 어머니와 누룽지
명호 어머니께서 중간 고사 때 그 일을 명호 담임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있었다.
" 선생님.
저는 명호에게 아무 것도 해 주지 못했습니다.
그저 늘 미안하고 부끄럽기만 합니다.
그리고 염치없지만, 제 자식 명호가 자랑스럽습니다.
제가 먹고 사는 것이 바빠 사람 사는 도리를 제대로 가르치지도 못했습니다.
명호가 그렇게 아들노릇을 한 것은 학교에서 선생님들께서 올바른 가르침을 주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두 선생님들 덕분입니다.
못난 부모가 가르치지 못한 것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들께 뭐라도 드리고 싶은데,
아시다시피 저희 살림이 넉넉하지가 않아서 식사 대접 한 끼 변변히 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생각다 못해 이렇게 누룽지를 좀 만들어 왔습니다.
더 좋은 것으로 대접을 해야 하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명호 담임 선생님은 형식적으로라도 감사의 인사를 명호 어머님께 드려야 하는데
아무 말씀도 못하고 계셨다.
그저 눈에서 흘러나오는 눈물을 참느라 애를 쓰고만 계셨다.
몇 번이고 허리를 숙이며 담임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명호 어머니는 교무실 문을 나섰다.
셋. 어울림의 잔치
교무실에 누룽지 잔치가 벌어지고, 명호에 관한 이야기가 꽃을 피우고 있었다.
" 기분이 좋아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이 누룽지 정말 맛있지 않아요."
" 바삭바삭한 게 무슨 과자 같아요. 달지도 않고, 명호 어머니 누룽지 만드는 실력이 대단하신가봐요?"
젊은 여선생님들이 말씀을 하시자 나이가 지긋하신 선생님이 누룽지를 드시면서 말씀을 하셨다.
" 실력도 실력이지만, 이건 정성이 정말 가득 담긴 거에요. 옛날에 우리 어머니께서 가난한 시절에 이렇게 간식을 만들 어주신 일이 있는데, 삼 일을 꼬박 정성을 쏟아 부으시더라구. 아마 명호 어머니도 모르긴 몰라도 이틀 이상 고생하셨을 걸요."
가진 것 하나 없지만 가진 것 전부를 명호 어머니께서는 선생님들께 주셨다.
허리 아픈 어머니는 자신이 뿌려 놓은 씨앗을 꽃피운 것이면서
선생님들께 그 공을 돌리고 있었음을,
그런 어머니 덕분에 명호가 가슴 따뜻한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선생님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명호의 담임 선생님은 그날 이후 '자동차학과'에 진학하고 싶은 명호를 위해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시고,
명호의 대학 입학금을 걱정하시던 선생님들은 그 방법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나는 보게 되었다.
또 그런 모습들을 흐믓하게 바라보시는 나이 드신 선생님들의 표정도 볼 수 있었다.
명호와 명호 어머니, 명호 담임 선생님과 많은 선생님들이
어울려서 벌이는 그 잔치판 주변에서 서성거리면서
나는 또 다시
사랑한다는 것과 겸손하다는 것,
그리고 함께 한다는 것의 의미를 배우는
학생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래서 내가 한바탕 놀고 있는 이 자리가,
교사라는 자리가,
참으로 행복한 곳이란 것을 가슴을 느끼고 있었다.
글 : 유랑 문경보 /깊고 푸른 밤 http://blog.naver.com/motang66
사진 및 편집 : 쉬리 변재구
음악 : Timeless Classics 연주곡
초대 ☞ 쉬리의 비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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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두렵거나 미울 때가 있습니다.
그런 세상을 잠시나마 잊으며 살아 갈 수 있는 것은
이런 아름다운 동화가 세상에 존재하기 때문이겠지요. |
2006-09-11
23:2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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