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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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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순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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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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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22 10:55:29, 조회 : 1,675, 추천 : 343 |
잃어버린 순수를 찾아서
김 철 / 시인·동명정보대학교 영자신문 상임편집위원
귀가하여 계단을 올라가다 문득 하늘을 바라보니 오늘 밤 따라 유난히도 별들이 더 맑게 반짝이고 있다.
“저 별 좀 봐!”
하는 필자의 소리에 마중 나왔던 아내도 탄성을 지른다.
“아아 정말!”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 본 감격의 순간이다.
올 여름 휴가 때 들렀던 김천 직지사의 밤하늘에서 보석처럼 주룩주룩 쏟아져 내리던 별을 보고 느꼈던 것과 똑같은 감정이긴 하지만 메마르고 각박한 일상생활에서는 좀체로 맛보기 힘든 감정이었기에 더욱 더 감격스럽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잃고 있거나 잊고 있는 것 중 가장 소중한 것이 바로 이러한 종류의 감격이요, 이러한 감격의 배경에 깔려 있는 순수의 정신, 즉 순수성이다.
사실 모든 것이 아무런 목적도 방향도 없이 흘러가고 있는 오늘이다. 정치도, 경제도, 교육도, 치안도 모두 무엇을 위하여 존재하는지 모를 정도로 어지럽게만 엉겨서 돌아가고 있는 세상이다. 정치가들은 국민의 행복을 생각하기에 앞서 자신과 자신의 동아리와 자신의 상전을 위해서만 온 힘을 다 쏟고 있고, 소위 재무 테크에 신들려 있는 경제인들도 대부분 무엇 때문에 돈을 버는지 그 이유도 모른 체 돈벌이라면 윤리고 도덕이고 죄다 내던져 버리는 것이 예사로서, 이미 부익부, 호화사치 및 공해의 주범으로도 낙인이 찍힌 지 오래이고, 교육문제만 해도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 공부하랴, 학원에 가랴, 숙제하랴, 문제집 풀랴, 공문수학 하랴 하루가 모자랄 정도로 혹사당하고 있는 것을 보면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어진다.
이렇게 혹독하게 공부를 시켰으면 그 실력이 옛날보다 나아져야 할 텐데, 요즘 박사학위 소지자가 아니면 아예 뽑지 않는 기업체가 눈에 띄는 것을 보아 실력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퇴보해 가고 있지 않나 의심스러워 진다. 하기야 <넓을 박(博)자> 박사(博士)보다도 <엷을 박(薄)자> 박사(薄士)가 더 많이 우글거리는 곳이 오늘날의 대학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치부해 버릴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대학 졸업자가 한글로 작문 한 줄 제대로 할 줄 모르고, 영문과 출신이 국어 문장 하나 올바르게 영어로 번역해 내지 못하는 현실은 더 이상 교육의 허구성을 논할 필요조차 없게 만들고도 남음이 있다 하겠다.
그리고 치안에 있어서도 끊임없이 보도되는 강력 범죄의 성향을 보면 언제, 어디서, 누구나 범죄 대상 샘플로 희생될 가능성이 다분해 항상 두려움과 공포 속에 떨고 있을 수밖에 없는 실정임은 다 아는 사실이다.
정말 어쩌다가 세상이 이렇게 변하고 말았는지, 처방은 없고 병만 잡초처럼 무성해져 가는 이 지구가 이대로 종말을 고하고 말 것인지 안타까울 뿐이다. 방송이나 신문이나 잡지를 보면 훌륭하고 똑똑해 뵈는 인물들이 그토록 많은데도 왜 무질서와 패악(悖惡)과 억지는 늘어만 가고 있는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얼마 전 잘 나가지 않는 문인(文人)들의 모임에 나갔더니 모두들 자주 시를 발표하지 않는다고 하도 윽박질러, 다음날 8권의 낡은 시 노트를 펴 들고 보다가 고1이었던 1957년도에 쓴 필자 최초의 시 <소년의 기도>에 눈길이 머물자 그만 눈물이 핑 돈 적이 있었다. 그것은 흡사 오늘 밤 그동안 잊고 있었던 별에 대한 지순(至純)의 서정을 감동적으로 되찾은 것과 성격을 같이하는 어떤 강렬한 충격을 새삼 <소년의 기도>에서 받았기 때문인데, 어쩌면 그것은 <순수성이 결여된 시를 쓰고 있는 오늘의 나> 속에 아직도 순수의 씨앗이 몇 알이나마 남아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30여 년 전에 손창섭 씨가 쓴 <잉여인간>이란 소설에도 주인공이 신문에 난 부정 부패 기사를 보고 주먹을 휘두르며 비분강개해 하는 장면이 있는 것처럼 부조리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도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유치원에서부터 정치 1번 가에 이르기까지 순수가 깡그리 말살되어 버린 때는 없었을 것이다.
프랑스의 어느 왕이 거리에 복닥거리는 수많은 인파를 보고, “저 많은 사람들이 모두 무엇을 해서 먹고사느냐?”고 묻자 신하가,
“서로 속여먹고 살고 있나이다”고 대답한 것을 보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세태는 비슷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겠지만 순수와 낭만의 면에서는 그때가 월등히 나았다는 점을 예술적인 편린을 통해서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그 당시는 사랑 하나만이라도 지금처럼 이해 타산에 얽매인 그런 것이 아니었는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부활>, <부자>, 그리고 <포오르와 비르지니>, <몽테크리스토 백작> 등의 명작 소설들에 그 사실은 잘 나타나 있는 것이다.
인간이 순수성을 잃는다는 것은 때가 묻는다는 말이고, 때가 묻으면 모든 일에 욕심이 앞서게 된다. 욕심은 출세욕, 지위욕, 명예욕, 성취욕, 발표욕, 참여욕 등으로 나타나게 되지만 결국은 개인이나 가정이나 사회 전체를 막론하고 모두가 물욕의 고리에 매달리게 되어 돈벌이에서 시작하여 돈벌이로 끝나는 것이 참 인생이며 모든 인간 활동이 그것만을 위하여 벌여지는 것처럼 착각이기도 한다.
이러한 금전 만능 시대에 순수 타령 따위를 늘어놓아 무슨 소용이 있으며 무슨 잠꼬대 같은 독백이냐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순수성이야말로 온갖 더러움과 부끄러움으로 오염되어 있는 우리들 인류가 자기 자신을 정화시키기 위해 마지막으로 찾아가야 할 <무균 상태의 진정한 삶의 샘>이라고 확신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단면적으로나마 순수의 윤곽을 되새겨볼 수 있도록 졸작이지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소년의 기도> 전문을 소개한다.
헤아릴 수 없는
무수한 전설이 얽히고 설킨
오늘날의 푸르름을 안고
사라진 지평선을 묵시하며
소년은 묵묵히 서 있습니다.
지금
고요히 사색하는 소년의 눈동자는
그만이 아는 밀어로써 작사된
미래의 아름다운 꿈의 노래를
짓고 있습니다.
오선지도 음부(音符)도 필요 없습니다.
다만 파아란 종이에 하아얀 음부들.
아카시아 잎 새로
간지러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는
저만큼 서 있는 외솔과 얘기를 하고
파아란 영혼은
하아얀 구름과 함께 사분거립니다.
아－
영속할 수 없는
세계의 소멸까지 불러 볼 나의 노래
신비로운 그 노래를 찾고 싶어
합장하여 기도를 드립니다.
* 애린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1-30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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