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의 코스모스
어렸을 적에 보았던
해맑은 코스모스가
깊은 산 속 샘터와 함께
화려하게 오버랩 되면서
초등학교 운동회처럼 소란스럽게 깨어납니다.
한적한 산 속에서
아침운동 차 오는 몇몇 분들이
하나씩 둘씩 옮긴 돌로
소담스런 샘터가 만들어졌고
코스모스도 그때 파종되었을 겁니다.
코스모스는 파종된 그대로
무더기로 흐드러지게 피었지만
먼지로 뿌옇게 빛이 바랜
국도 변에 줄지어 선 꽃들보다
훨씬 더 조화롭고 아름다웠지요.
그토록 선명한 코스모스는
여태껏 본 적이 없었고
다시는 볼 수도 없는
샘터와 하늘의 푸른 정기를 한껏 머금은
생명의 정령이었습니다.
몇 안 되는 이들을 위해
과분하게 피어 있던 꽃들은
거기에 그렇게 피어 있으므로
가치와 행복을 느끼게 해준
가을 속에 숨겨진 은밀한 축제였죠
유일하게 초대받은 내가
그곳에 머무는 특권을 누렸습니다.
혼자만의 비밀스런 축제에서
세상의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행복한 추억이었습니다.
지금 상큼한 그리움과 함께
다시 그곳으로 초대받고 싶습니다.
오직 나만을 위해 숨겨진
눈물겹도록 짜릿한
코스모스의 은밀한 축제로...
글 사진: 변재구
음악: 코스모스 피어있는 길 /김상희
애린
작은 초등학교 뒤란 바위 언덕에 하얀 도서관이 있었습니다.
그 언덕까지 따라 오르던 가을꽃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오솔길과 솔 숲,
그리고 언덕을 넘으면 솔바람 나부끼는 구름다리가 있었습니다.
그 다리 아래로 흐드러지게 피어나던 가을꽃을 기억합니다.
느릿하게 지나가던 구름과 은빛 물결이 출렁이던 곳,
내 아름다운 유년이 머물던 그곳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