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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길
애린  2010-11-13 09:17:35, 조회 : 1,513, 추천 : 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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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제 짝꿍과 우리 동네 뒷산에 올랐습니다.
      산이라기보다는 언덕에 가까운 나지막한 동산이지요.
      그 곳에서 만난 두 갈래 소나무,
      제가 앞서간 짝꿍을 불러서는
      저 나무 사이에 제 무릎을 끼웠지요.

      "나, 이렁거 자주해서 우리 동네 동백나무가 자주 잘려 나갔다~"

      역시나 못 알아들었겠지요?ㅎㅎ

      그렇습니다.
      못 알아들은 짝꿍에게
      이실직고 해 봤자.
      "시원찮은 니가 그렇지 뭐..." 하겠지요.

      그러든 어쩌든 무슨 상관이에요.
      틈새의 나는 끝없는 푼수대기에다가
      어설프기로는 이를 대 없지만
      그럼으로 나를 풀어주면서
      덤으로 느긋한 걸음으로 걸으면 참 좋은
      샛길 같은 존재를 지향하는데...

      그래요...어릴 적 동네에
      "동백낭구" 라는 동백 숲이 있고
      그 숲 바닥은 아이들이 하도 문질러서 반들거린
      흙바닥이 있었지요.

      오랜 세월 여러 동백나무가 서로가지를 부비고 살다보니
      하나의 몸으로 탄생된 동백낭구...

      나는 그 곳에서도 참 바보였나 봅니다.
      나를 닮아 이탈을 좋아하는 두 갈래로 뻗은 나무 곁에 서서
      우리 동네로 올라오는 구불구불한 오솔길을
      자주 내려다보고 있었으니 말이에요.

      그렇게 한참 있다 보면
      옆집 친구 아부지도 올라오시고
      뒷집 오빠 아부지도 올라오시고 ...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내 아부지도 올라오실 것 같았을까요...

      그렇게 꿈을 꾸듯 서 있다가
      한 쪽 다리가 마비되는 느낌에
      서둘러 움직이려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아요.
      나를 지탱하고 서 있던 두 갈래 동백나무 사이로  
      내 다리 하나를 빠뜨리고 만 거예요.

      마침내 어른들이 몰려오시고
      갈래진 한쪽 나무가 잘려나가면서
      그 날의 소동은 끝을 맺지요.

      그곳에 가면 잘려나간 밑동을 찾곤 합니다.
      결국엔 나 때문에 잘려나간 나무에 대한  미안함은 오간데없고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보려는 내 이기심만 발견하지만요.

      그러나 그 곳에 가면 다시 복원해보고 싶은 마음 간절해요.
      동백나무 아치터널을 뚫어보고 싶고
      그 뚫린 길을 따라 걷다가
      낮은 무덤이 나오면 내 친구들에게
      " 이곳에 정말 귀신이 나왔데~"
      하고 뻥도 치고 싶고
      너무 예쁘고 아름다워서 아끼고 싶었던
      숲속의 내 친구 집 마당에서 사방놀이도 해보고
      그러다 지치면 아랫집 돌담가 양지바른 곳에 널부러진 수국이
      몇 번째 색을 품고 있나 세어도 보고...
      그러다가 그러다가...
      다시 동백새 곱게 울던 샘가에 앉아
      졸졸졸 흐르는 샘물에
      내 이런 갈증을 해갈하고 싶고...

      두서없이 글을 쓰다가 발견한 것이 있어요.
      웃서고지 오르는 길 2탄ㅎㅎ

      그렇지요.
      샛길이...

      샛길은
      생각보다 많은 사색을 주어요.
      이렇게 느긋한 걸음만이 주는 달콤한 시간도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이어져 있지요.



애린
여러분
오늘도 평안하시고
제 가는 샛길로도 가끔 접어드세요...
2010-11-13
10:3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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