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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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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구한 세월을 버텨온 청소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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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적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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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9 23:32:09, 조회 : 2,374, 추천 : 460 |
장구한 세월을 버텨온 청소역
- 장항선 최고(最古) 역사
간이역 기행을 꾸려가기 전 까지는 창원에서 멀리 있는 장항선 기찻길과 충남 보령은 낯선 이름이었다. 더구나 푸를 청(靑)에 바 (소)所를 쓰는 청소면은 더 그랬다. 그러나 가까이에 대천해수욕장이 자리하고 있어 여름호에 잘 어울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아침 일찍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대전 통영 간 이른바 대통영 길로 들어섰다. 다시 장수를 거쳐 마이산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익산 포항 간 고속도로를 달리다 전주에 내려 군산을 거쳐 서해안 고속도로에 올랐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니 낯익은 당진 표지판이 보인다. 현대로템 당진플랜트공장이 있는 터라 반갑게 느껴지는 것이라. 그렇게 당진을 얼마쯤 남겨 두고 보령으로 접어들어, 잘 닦여진 길을 달리다 보니 보령군 청소면 진죽리에 있는 청소역을 네 시간 만에 당도하게 되었다.
청소역에 도착하고 보니 그야말로 한적한 시골 간이역 그대로다. 아담한 역사는 대합실 겸 통로로 쓰이는 한 칸, 역무원실 한 칸, 그리고 숙소 한 칸 해서 구중궁궐이 아닌 아주 소박한 삼 칸이다. 그래도 역사는 깊으니 지금부터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볼까 한다.
청소역은 1929년에 역무원이 배치된 간이역으로 영업을 시작해 1958년 9월 보통역으로 승격했다. 역사로 쓰이는 건물은 1962년에 벽돌로 지었다. 원래의 역 이름은 인근 마을의 이름을 따서 ‘진죽역’으로 부르다 후에 ‘청소역’으로 바뀌었다.
장항선에 남아 있는 역 가운데 가장 오래된 역 건물로서 가치가 있으며, 근대 간이역사의 건축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1962년에 지은 건물을 그대로를 사용하고 있으며, 2006년 12월 4일 등록문화재 제305호로 지정되어 근대문화유산으로 문화재청에 등재되어 있다.
소박한 풍경 닮은 낙낙한 인심
청소역에는 3조 2교대로 여섯 명의 열차운용원이 일하고 있다. 취재차 찾아간 날에는 한 분은 다른 역에 일이 있어 가고 김정태 씨가 홀로 근무 중이었다. 안개가 걷힌 틈을 타 사진 찍기에 급급해 변변하게 인사도 못했다.
그래도 매 순간순간 스쳐 가는 열차와 이용객들에게 이력이 붙어서인지 별로 서운한 기색도 없다. 잠시 틈을 내 연유를 말씀드리니 조금 있으면 열차가 지나갈 거라며 사진을 찍으려면 노란색 안전선 안에서 촬영하기를 당부한다. 인터뷰를 위해 잠시 역무원 실로 들어가 봤다. 책상 위 컴퓨터에는 실시간으로 이동하는 열차의 동선이 표시되고 있었다.
“여기 청소역에는 하루에 상행선 4번, 하생선 4번 해서 열차가 8번 정차합니다. 나중에 열차가 정차할 때 보시면 알겠지만, 이용객이 많아야 7~8명이고 10명 이내가 다반사입니다.”
“열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천안 같은 큰 도시에 아이들이 있거나 시내 병원에 다니는 사람들이죠. 막차가 저녁 11시 3분에 있는데, 가끔 주무시다 목적지를 지나쳐 이곳에서 내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돌아보시면 아시겠지만 여기는 여관이나 모텔 같은 숙박시설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 대천이나 광천으로 가야 합니다. 그런데 영업용 택시가 3대 있는데, 저녁 7시쯤이면 기사 분들도 모두 집으로 가고 없습니다.”
이렇게 낯선 역에 내린 이들은 어떻게 집으로 돌아가는 걸까.
“그러면 하는 수없이 가까이 사는 분에게 연락해서 협조를 구하지요. 며칠 전에도 군대 가기 전에 할머니 댁에 다니러 왔다는 젊은이가 내렸어요. 택시비가 있느냐 하니 없다는 거예요. 결국 비상금을 털어서 줬지요. 나중에 꼭 갚는다고 했는데 모르지요.”
그래도 시골인심이라 팍팍하지가 않다. 대합실에서 연세가 좀 되어 보이는 아주머니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눴더니 가방에서 요구르트를 꺼내 하나씩 나눠주는 것이었다. 수원에 살면서 이곳에 농지가 있어 농사지으러 오간다는 것이었다. 시골이라 고기가 질이 좋다며 항상 여기서 고기를 사간다고 자랑도 하셨다.
질 좋은 고기 말고도 청소면에는 느타리버섯, 방울토마토와 토굴에서 숙성된 새우젓이 이름이 나 있다. 또한 충남도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오서산이 있다. 예로부터 까마귀와 까치가 많아 오서라 이름이 지어졌고, 천수만 일대를 항해하는 배들에 등대 구실을 한다 하여 ‘서해의 등대산’으로 불린다.
보령의 또 다른 즐거움, 머드체험
청소역을 뒤로하고 대천해수욕장으로 가기 위해 발길을 돌렸다. 김정태 씨가 언제 또 볼 수 있겠느냐며 아쉬워하더니 대천역이 해수욕장 가는 길목에 있다며 들러 볼 것을 권했다. 대천역에 들려 보니 선로를 매끄럽게 보듬고 자리 잡은 역사가 이채로웠다. 규모 역시 수많은 관광객이 이용해선지 꽤 커 보였다.
청소역과는 다른 분위기의 대천역을 지나 다시 십여 분을 달리자 대천해수욕장에 다다랐다. 해안에 모래사장이 3.5km 길이에 폭이 100m에 이른다는데, 썰물이 되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짙게 끼는 것이었다. 안개가 걷히길 기다려 사진을 몇 컷 찍다 보니 해수욕하기에는 이른 때인데도 많은 이들이 물속에서 첨벙거리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보령’ 하면 머드축제가 따라 붙는다.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해수욕장 주변 상가를 돌아보니 뜻밖에 외국인을 위한 메뉴판이 즐비했다. 아마도 진흙축제가 외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모양이다. 해수욕장 한편에 위치한 보령머드체험관은 올봄 새롭게 시설을 단장을 하고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사시사철 머드를 이용한 목욕시설과 스파, 수압마사지시설이 마련되어 관광객들의 피로를 덜어주는 체험공간으로 2층 머드 전시홍보관에선 보령 갯벌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아이와 함께 홍보관을 찾은 부모들이 갯벌의 자생능력과 가치 등을 일러주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온 가족이 함께 보령을 찾았다면 머드사우나, 아로마탕 등 머드를 이용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이곳을 둘러보는 것도 보령 여행이 선사하는 또 다른 매력이 아닐까.
이제 제 자리로 돌아갈 시간. 아쉬움 속에 터벅터벅 발길을 옮기는데 문득 청소역에 걸려 있던 '아버지 당신의 자리'라는 글이 떠올랐다.
“장항선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 청소역은 광천역과 대천역 사이에 있는 자그마한 간이역이다. 번화한 두 역사와는 달리 이제는 간간이 오가는 햇볕과 바람만이 숨을 고르고 가는 쇠락한 간이역으로 남아 있다. 70여 년의 장구한 세월을 간신히 버티고 있는 듯, 초록의 기와는 하늘을 얹고는 씁쓸하다. 한때는 많은 이들이 오갔을 역, 시대는 변하는데 변하지 못하는 간이역은 하나 둘, 폐역이 되어간다. 아무도 찾아 주지 않아 있어도 있지 않은 존재, 늙어감도 그러한 것 같아 서럽다. 하루가 다르게 낡아가는 것처럼……"
어느새 해는 서산으로 기울어 가고 다시 남쪽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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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견뎌온 세월속에서
우리는 누굴 만났고 떠나보냈을까요...
건강하시지요?
어제는 정말 폭포수같은 빗줄기를 뚫고
대전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개망초 흐드러지게핀 푸른 들녘을
돌아왔지요.
그렇게 스쳐온 길목에도
청소역은 많은 이들에게
늘푸른 울림으로 자리하겠지요.
늘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
2011-07-18
00: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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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으로 칼럼을
연재하다 보니
계절을 한발 앞서 그려 보게 됩니다.
어느 곳에나
사람이 스쳐간 흔적이 있고
또 그곳에서 생을 영위해 가는
사람들이 있기에
또 다른 셜렘과 기대를 안고
간이역을 찾아 나설 것입니다.
길었던 장마가 물러나고
뙤약볕이 한낮을 달구고 있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또 뵙지요. |
2011-07-25
07:5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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