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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가의 목욕사건
홈지기  2008-08-15 10:57:57, 조회 : 2,264, 추천 : 657


      내 친구 중에는
      ‘양’가라는 고향 친구가 있다

      그때나이 27,
      군 생활을 길게 해서
      계급이 중사인 그 친구는
      그로인해 피부가 더욱 까맸다.

      어느 날
      휴가차 여수에 온 양가에게
      우리는 여자 친구를 소개해 주겠다고했다.
      오랜 군 생활에 외로움에 떠는 그가
      너무도 안쓰러웠다.

      그러자 양가는
      술도 자기 맘대로 사버릴 정도로
      기분이 최고조에 다다랐다.

      그 덕에 더욱 즐거웠던 우리는
      못내 아쉬웠지만
      이틀 후 만남을 위해
      그 자리를 떠나게 되었다.

      그 후 우리는
      온갖 미사여구와 갖은 칭찬으로
      양가 놈을 도배를 한 후
      드디어 소개해 줄
      한 여자를 섭외했다.

      이윽고
      D-day 전날
      우리는 예행연습을 위해
      여수 오거리에서
      양가 놈을 다시 만났다.

      그리고 부탁을 했다.

      " 양가야 ! 오늘은 술 먹지 말고
      때 빼고 광내고 컨디션 조절해야한다. 알았지?"

      " 응 그래야지!"

      그런데 그날이 되어
      약속 시간이 지나도 그 녀석은
      머리카락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먼저 도착해서 같이 기다려준
      여자 친구 얼굴  보기도 미안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무슨일인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군발이 하나가
      저만치  고개를 숙이고 들어왔다.

      멀대처럼 큰 키가
      영락없는 양가 놈인데
      왜 고개를 숙이고 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

      " 야,  여기다!"

      우리의 외침에 가까이 다가온 양가

      허~걱!
      이것이가 뭔 조화란 말인가...

      그 까맸던 얼굴,
      광대뼈에서부터 턱라인까지
      범벅인 딱지가
      흡사 성난 고양이 비명처럼
      날카롭게 이어진게 아닌가.

      말문이 막혀버렸다.
      이것은 분명
      인간의 얼굴이 아니었다.
      하룻밤 사이 변모한 몰골에
      당혹스럽기도 했거니와
      도대체 무슨일인가 싶었다.

      이대로 미팅을 전개할 순 없었고
      자리에 앉혀놓고 자초지종을 물었다.

      전날 때빼고 광내라는 내말에
      꽤나 부담을 갖은 그 친구는
      곧바로 목욕탕으로 향했단다.

      그리고 끈질긴 군인 정신으로
      2시간 동안 탕속에 몸을 담근 후
      본격적으로 껍질 청소 했단다.

      그 청소가 검은 얼굴에  집중이  된건
      안 먹어도 뻔한 콩꼬물이었다.

      몇십번을 반복하다보니
      제아무리 군에서 단련된 피부일지라도
      버틸 수 없다는 것을
      양가는 까맣게 몰랐다.

      이윽고 목욕탕에서 나올 땐
      임무수행을 완벽히 끝내서 그런지
      다리가 휘청거렸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양가는
      이내 잠이 들었고
      꿈결인지 잠결인지
      화끈거린 얼굴에
      안티프라민을 바르게 되었다.
      그러자 불에 댄 듯 더욱 화끈 거렸지만
      버틸 수 없는 잠속에 이끌려
      잠시 얼굴의 존재를
      망각할 수는 있었다.

      이윽고 아침이 되었고
      양가놈은 희뿌연 시야를 해치고
      거울 앞에 다가섰다.

      그런데 이것이가
      또 먼 일이당가
      거울 속에 왠 괴물이
      놀란 토끼눈을 하고
      따끔거린 자신의 얼굴을
      쳐다보더란다.

      이놈이 한번은 사고칠 놈이라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끝장을 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양가놈 얼굴에 군대군대 맺혀가던 딱지와
      여물지 못한 피부사이로 흐르던 핏물은
      웃지못할 그날의 상징처럼
      지금도 친구들 사이에 고여있다.

      그러나
      실패는 발견의 디딤돌이라 했던가.

      얼굴에는 아무리써도 달지 않는 '손가락'이
      이상적인 타올이라는 것을 양가는
      그 후로부터  지금까지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애린
이 글은 제 고향홈에 올라온
섬소년님 글입니다.

오랜만에 휴식이었습니다.
한달사이에 여수와 그 섬을 두번씩이나 돌아왔고
지난 주말에는 대천 철매 휴양소에서
야영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강렬히 쏱아지던 햇볕을 받으며
모래밭을 거닐던 기억과
그 바닷물에 들어서서
보았던 그 작은 물고기 때들이
아직도 제 앞에 아른거립니다.

우리집 거실창을 통해
심상치 않은 구름들이
움집하고 있습니다.

비가 오는 밤이 온다면
제 마음의 서정도 날개를 펴겠지요.
그렇게 쌓인 시간이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이제 저는
오랜만에 맛난 저녁 준비를 해야겟습니다.
구수한 된장찌게도 끓이고
삼겹살도 굽고요...
음주 생각이 혹 계시면
오세요....ㅎㅎ		 2008-08-15
17:4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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