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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겨울, 그리고 바다
산적두목  2008-12-28 20:26:42, 조회 : 1,858, 추천 : 359





    아무것도 보이질 않던 때가 있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설계도 어떤 이상을 쫓아가는 꿈도 꾸지 못한 시절이었습니다.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상상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의미 없이 시간을 좀 먹듯 보내고 있을 때, 솔깃한 제안이 들어 왔습니다. “고깃배를 한번 타 보지 않을래?” 그 말 한마디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뱃사람이 되기로 했습니다. 그것도 한 겨울에……

    한 동네에 사는 두 살 위인 형과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얼마간이 될지 모르지만 선원 생활로 들어선 것이었습니다. 여수에서 배 주인인 선주를 만나 별다른 흥정도 없이 따라 나섰습니다. 선창에는 작은 어선 한 척이 묶여있었습니다. 배가 좀 작다는 인상만 들 뿐, 앞으로 전개될 어떤 위험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시장에서 미끼로 쓸 청어를 준비해 어창에 차곡차곡 쌓아 놓고 쌀과 얼마간의 찬거리도 준비 했습니다. 드디어 출항, 작은 배로 통통거리며 첫 번째 목적지인 화정면 상화도에 도착하고 보니 예닐곱 시간은 족히 걸린 듯 하였습니다.

    그곳에 잠시 들렀다 어장이 형성될만한 곳으로 이동해 통발을 던져 놓았습니다. 주 대상 어종은 문어였고, 갯장어, 쏨뱅이, 돌게 등이 덤으로 잡혔습니다. 밤을 낮 삼아 촉수 낮은 백열등에 의지해 조업에 나섰습니다.

    뱃전에 부딪치는 파도를 헤치며 통발을 하나씩 끌어 올릴 때마다 힘은 들었지만, 무엇이 잡혔을까 하는 설렘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니 차츰 요령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온몸으로 전해오는 무게만으로 이것은 문어이고 이것은 고작해야 게나 장어 몇 마리 들어 있을 거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날은 파도가 조금 높긴 했어도 조업이 그리 어렵진 않을 거라는 짐작을 했습니다. 좀 더 나은 어장을 찾아 나로도에 가기 위해 배를 몰았습니다. 그런데 득량만으로 들어서자 온 바다가 뒤집어져 있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삼각파도, 일반 너울성 파도와 달리 쭈뼛쭈뼛 피라미드처럼 삼각형 파도가 밀려 왔습니다.

    그런 파도가 바닷가로 밀려가면 멍석을 말듯이 한 바퀴 휘감으며 쓸고 내려오기를 반복하는 것이었습니다. 보고만 있어도 소름이 일만큼 섬뜩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바로 폭풍주의보가 내려진 것이었습니다. 내만 연안에서 있다 보니 폭풍을 실감하지 못했던 탓이었습니다. 더 이상 나아간다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해서 서둘러 안전한 항구로 돌아가기 위해 배를 돌렸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그 순간 스크루에 밧줄이 감기고 말았습니다. 큰 파도에 바닥에 가라앉아 있었던 밧줄이 춤을 추다 감겼던 것이었습니다. 별 수를 다 써봐도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와중에 해는 저물고 어둠이 밀려왔습니다.

    폭풍에 바람은 세차고, 파도는 높고, 해는 저물고 뭍에 닿은 파도는 하얀 이빨을 드러내놓듯 일고 있으니,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었습니다. 어쩜 두려움조차 포기했었는지 모릅니다. 모든 것은 운명에 맡기기로 하고 그 자리에 배를 묶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파도와 밤새 시름하며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아침에 일어나 보니 등이 흥건히 젖어있었습니다.

    그렇게 한 달 동안 작은 어선에 의지해 섬들을 구석구석 돌아 보았습니다. 그 속에서 모든 일이 욕심으로만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열흘 사이에 폭풍주의보가 3번씩 내리는 악조건을 견뎌야 했습니다. 그리고 바다에 낀 짙은 안개 속에서 항해를 할 땐, 밧줄을 길게 늘어뜨리고 물 흐름을 따라 감각에 의지해야 했습니다.  

    그런 폭풍의 홍역을 치르고 도착했던 고흥군 봉래면 외나로도를 30여 년 만에 다시 찾았습니다. 방파제 너머로 넓은 바다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잔잔한 파도만 밀려 왔다 밀려가고 있습니다. 그 속에 어떤 애환이 있었는지 모릅니다. 어쩌면 다 알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바닷물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는 것일까요?



    아무튼 현실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지라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처럼, 어떤 일이든 지난 얘기로 할 날이 반드시 오기 마련입니다. 그때까지 지치지 않고 희망을 얘기하며 뚜벅뚜벅 걸어갔으면 합니다.  




    ♬♪^ . Chanson Pour Milan - Ernestine [Harp 연주]



애린
오늘
모처럼 버스를 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버스카드가 없는 거에요. 잔돈도 없고...
해서 잔돈을 바꿀 요량으로 걷게 되었는데
어느덧 한 정거장을 더 간 게지요.
그리고 시야에 들어선 약국 ...
그때서야 생각난게 있었네요. 나는 지금 아프고 있다는...
해서 문을 열고 들어서니 그곳에 처방전을 들고 기다는사람들이 있었고요.
어느덧 제 차례가 되어서야
“가까운 곳에 병원이 있나요?”하고 여쭈니
“바로 윗층에 있는데요...”그러는 겁니다.

그래서 진찰을 받게 된 겁니다.
“기침도 나는 것 같고 목도 마르고 코도 막히고 콧물도 나고 머리도 아픈데요."
보름전부터 목이 많이 아프더니 거의 나았나 싶었는데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고...

의사선생님 제눈도 보고 목도 보고 귀도 봐주고 코도 봐주시고
청진기로 제 숨소리도 느끼시더니
“요즘 많이 피곤했지요? "
그러는 그럽니다.
그리고는
"좀 쉬세요.
마음이 말을 안들어
몸이 반항을 하는겁니다."
그러면서 주사도 주시고 삼일치 약도 처방해 주시더라고요.

몸이 아프니
왜 그렇게 마음이 약해 지는 건지...
그 말에
괜시리 눈물이 난라하데요.

그래요...
나는 요즘 참 많이 피곤했던거 같아요.
내 이기적 마음에...
또는 내 알 수 없는 욕심에...

며칠 푹 쉬면서
내 살아온 시간과
내 살아갈 시간에 대해
선하게....다시 선하게....생각해야겠다고....
그러면 살아갈 날들이
봄날의 햇살처럼 따사롭게 다가와
내 안을 데워주겠지요?


올 한해
저는 참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습니다.
그랬던 날들을
언젠가는 님의 말씀처럼 옛 이야기 하며 살 날이 있겠지요?

올 한해 참 많이 감사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08-12-30
22:31:08

 


산적두목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돌고 돌아, 또다시 한해의 끝자락에 서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30년만에 다시 찾은 외나로도에는
우리의 미래를 향한 꿈이 여물어 가고 있었습니다.

다름아닌 우주센터가 들어서 새해엔 우리 손으로 위성을 쏘아올릴거라 합니다.
우주강국을 향한 첫걸음을 내 닫게 되는 것이겠지요.
어떤 일이든 시작이 중요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오늘로써 칼럼을 연재한지 8년을 지나고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많은 생각이 교차합니다.
글 한편을 꾸리기 위해 여러날을 고민했고,
밤잠을 설치며 여기까지 달려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족한 저에게 꾸준한 관심과 격려를 보내주신
애린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공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아무쪼록 오늘 하루 한해 잘 마무리 하시고
새해에는 각 가정마다 꿈과 희망이 가득하시길 바라옵니다.

무자년 세밑에서 산적두목 올림
2008-12-31
06: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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