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사람에게 미친놈이라 부르는 것은 가장 큰 욕입니다.
사기꾼에게 가장 아픈 소리는 사기꾼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바보를 바보라 하면 화를 내겠지요.
그들은 잘나지는 못했더라도 최소한 평범하거나
심지어는 착각일망정 제딴에는 잘났다고 여기며 살아고 있을 겁니다.
2mb의 사기에 놀아났든지 아니면 실재 믿었든지 간에
지난 대선에서 투표자 50% 가까이가 2mb를 뽑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 사람들이 고스란히 지금 여기에 남아 있고요.
집권하면서 10여 개월도 안 되어서 2mb의 바닥은 들어났고,
각종 공약들이 그야말로 空약이었음을 누구나가 실감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2mb에 대한 기대나 지지는
도덕이나 윤리 내지는 정의를 질끈 외면하면서,
경제에 대한 막연한 기대치를 우선했기 때문일 겁니다.
정의를 포기하더라도 부자로 살고 싶다는 우리의 부끄런 자화상이었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2mb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100만 촛불과 아고라의 질책을 바라보며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을까요?
그래서 지금까지의 강부자정책에 메스를 들이대야겠다고 작심하고 있을까요?
그게 아님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오히려 2mb는 한 발 더 나아가 무식할 정도로 자기 입지를 관철하고 있지요.
그것은 이성적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자기보존본능에 가깝습니다.
그러면 그때 2mb를 찍었던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100만 촛불과 아고라의 질책을 바라보며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을까요?
2mb가 사기였음을 절감하고 더 이상 실수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을까요?
그게 아님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작금의 상황을 돌아보면서 너무나 엄청난 실수를 자인하기에는
자존심 때문에라도 도저히 용납 못할 지경이 되었을 겁니다.
거따 대고 바보나 알바라 비난하면 당연히 반발로 튀지요.
물론 2mb 지지율을 보면 취임초보다 훨씬 떨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여론조사에서는 비교적 정확하게 표출되는데
논쟁이 붙거나 현실적으로 자신을 드러내야 할 시점에서는
비록 2mb를 택했던 일말의 후회나 가책이 있었을지라도 시치미 뚝 떼고 부인합니다.
단지 비난으로부터 자신을 변명하기에 급급하는 정도를 넘어
오히려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고 믿고 싶은 고집으로
아이러니하게도 2mb의 수호자 역할을 자임하게 되는 것입니다.
바가지로 양동이 물은 떠낼 수 있지만 양동이로 바가지의 물은 떠낼 수 없다고 하네요.
그런데도 양동이의 아량을 가졌다고 자부하는 촛불들이 애써 바가지의 물을 떠내려 하고 있습니다.
양동이로 자처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바가지의 속성을 닮아가는 걸까요.
아니면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바가지로 전락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걸까요.
이제는 양동이 쏘가지나 바가지 쏘가지나 매 한가지가 되어버렸습니다.
길에서 주차된 빈 차를 만나면 당연히 피해갑니다.
빈차를 향해 길을 가로막는다며 화를 내는 사람은 드물 겁니다.
우리도 논쟁에서 자신을 비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바보를 바보라 몰아붙이지 말고,
사기꾼도 연민이나 불가피함으로 이해하면서
그들 스스로 자책하고 깨우치도록 할 방법이 정말 없었을까요?
몰라서 깨우치지 못하는 게 아니라 반발로 돌아섰을 그들을 향해
일말의 연민이라도 있었다면 뭔가 해결책이 있었을 겁니다.
작금의 촛불들은 스스로 논리적이라고 자부하면서도
도저히 그들과는 말이 안 통한다고 하면서
자신이 가장 경멸했던 몰상식한 방법을 복수하듯 답습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심지어는 촛불들 상호간에도 칼을 들이대는 넌센스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너무도 일찍 지쳐버린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입니다.
분명한 것은 아무리 2mb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얄미운 알바라 할지라도
선거 때만 되면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특정지역 사람이라 할지라도
종교적 이기심에 굴절된 편애로 일관하는 무리가 있을지라도
그들은 말살의 대상이 아니라 어차피 함께 가야만 할 동포들입니다.
이것을 부정하면 결코 혁명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거짓과 진실이 침튀기면서 논쟁하면 최소한 거짓은 재미라도 있지요.
설득이 아니라 비난으로 일관하다보면 진실이 지칩니다.
어쩌면 우리는 뻔히 지는 게임을 오기로 버티는지도 모릅니다.
다시금 숨고르기를 하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애린
쉬리님...
그래요.
누구에게나
그리고 언젠가는 우리 모두
숨고르기를 하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