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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길 따라서...
애린  2016-09-26 00:50:35, 조회 : 693, 추천 : 117



샛길 따라서….

전날 모임의 여파에 늦은 아침을 먹고는 가을볕이 내려앉은 베란다 난간 꽃들을 뒤로하고 무작정 길을 나섰다.

이렇게 늦은 휴일의 외출은 으레 강화도로 내달리거나 아라 뱃길 드라이브를 즐기는데 때마침 김포 전류리 포구 부근의 작은 코스모스밭이 떠올랐다.

그런데 우리의 기대를 무참히 깨고 드러난 그곳의 풍경은 쑥대밭으로 변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확인하지 않았더라면 애초에 그곳이 코스모스의 영토였는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다른 전류리 포구 주변은 온통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주범은 새우와 전어 축제 때문이라고 바람에 나부낀 현수막이 대변해 주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바퀴 닿는 데로  달려보기로 했다. 구불구불 이어진 길을 따라가다 보면 누군가 지나간 흔적처럼 편안한 길이 펼쳐져 있었고 낯선 길이라 할지라도 이미 그 길은 고향 언니 같은 다정한 길이 되어있었다. 굳이 땅을 밟지 않아도 이런 소로는 나름의  매력으로 들어나 주곤 했었다.

지난여름의 거센 후유증에 살풍경하게 드러난 가을의 민낯이 아쉽기도 했지만, 파란 하늘 아래 주황색 망을 뒤집어쓰고도 잘도 여물고 있는 수수 알곡이 있었고, 코스모스만큼 우리네 정서에 무한한 감성의 물줄기를 대어준 황금 물결이 옹골지게 버티고 있었다.

자연이든 사람이든 변화 물상의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견디는가에 따라 다음 시간도 축복처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눈이 부시게 푸른 이 계절이 모두 사위기 전에 좀 더 부지런히 이삭줍기에 나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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