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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바람
애린  2016-05-09 00:18:20, 조회 : 710, 추천 : 108

  


    자전거 동호인들이 가득 찬 가평 휴게소에 도착할 무렵 시간은 아침 7시를 조금 넘기고 있었다.

    남들이 깨어나지 않은 시간에 길을 떠나야 시원스레 달릴 수가 있고 도착해서는 우리가 원하는 한적함을 맘껏 누리다 올 수 있는 까닭에 언제부턴가 길을 떠나면 아침은 도로변 휴게소 잔치국수로 해결했다.

    서울보다 약간 낮은 기온 탓도 있겠지만, 피부에 와 닿는 알싸한 기운은 휴게소 부근의 잣나무 소행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오늘의 목적지는 옆지기가 정한 강원도 공작산 생태숲이었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한 주차장에 도착하여 물길을 옆에 두고 얼마쯤 걸었을까. 연둣빛 몽롱함에 헤어나질 못한 숲을 배경으로 찬 기운을 의연히 털어낸 철쭉이 아침 역광에 눈이 부셨다. 그리고 만개한 철쭉 속에 잠긴 듯 고풍스러운 수타사 마당에는 다가올 부처님 오신 날에 맞춰 저마다 풀어낸 바람들이 연등에 걸려 나부끼고 있었다.

    수타사를 뒤로하고 생태 숲 산소 길에 다다르자 숲의 적막한 기운을 밀쳐내고 청아한 물소리 새소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햇살에 부딪힌 나뭇잎들이 잠시 비켜준 틈으로 방긋 웃고 있는 야생화를 조심스레 담으며 나만의 나무를 심고 나만의 정원을 가꾸고자 했던 헛된 꿈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났다. 마음 안에 작은 바람을 일게 했던 길목의 꽃들과 풍경을 뒤로하고 어쩌자고 나는 그런 욕심에 사로잡혀 그리도 집착했는지 모르겠다.

    가을 단풍도 참 멋질 것 같다며 가을에 다시 한 번 오자고 말했지만 쉽게 지켜질 약속이 아니란 걸 우리는 이미 지난 길에서 충분히 경험했다.

    가을엔 봄을 생각했고 봄엔 가을을 생각했지만 언제나 그 계절은 새로운 계절에 밀려나 있었고 우린 낯선 길 위에서 지난 이야기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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