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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으로 가는 길
애린  2015-08-10 23:53:32, 조회 : 634, 추천 : 82



    참으로 오랜만에 우리 고향집은 북적였다.
    그러고 보니 울 엄니 돌아가신 후 처음인가 싶다.

    다국적으로 뿔뿔이 흩어졌던 네 남매 부부가
    같은 시간대에 고향집에 도착하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그 사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거친 막냇동생은
    우여곡절 끝에 대전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고
    그다음 바통을 받은 제부가 폴란드에서 근무하게 된 지가
    어느덧 4년이나 흘러버렸다.





    아이들도 그새 많이 자라서
    이제는 제 앞가림에 바쁜 나머지 거의 불참하게 되었지만
    밤늦도록 고향집은 왁자했다.

    남정네들은 주인 잃은 고향집 뜰이 제 영역인 양  잠식하던
    넝쿨식물들을 걷어내고 잘라내느라 분주했고
    아낙들은 집안 곳곳을 치우고는 음식 준비에 바빴다.

    엄마가 계셨더라면 우리가 좋아하는 식재료를
    냉장고에 틈도 없이 채워놓고는 마당가에 풋고추마저도
    우리가 도착하는 날짜에 맞춰 알맞게 키워 두셨을 것이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동네의 소소한 이야기도
    계절마다 흐르는 고향의 풍경도 모두 멈춘 듯 아득했다.

    그래서 동네 어르신들은 유품을 정리하러 온 우리들을 보며
    그리도 안타까워하셨나 보다.





    그래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게 있었다.
    바로 이웃에 사시는  언니들은 우리가 내려 갈 때마다
    이제 갓 잡은 다양한 어류들을 문지방이 닳도록
    퍼 나르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향 언니들 마음처럼 익숙하고 정겨운 내 고향 오솔길은
    너무도 반듯하고 당당한 새로운 길에 떠밀러 사라져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기마을에서 발이 묶여
    다섯 시간이 넘도록 고향집에 닿을 수가 없었다.

    나날이 발전하고 잘 다듬어진 만큼 우리 고향길은
    그야말로 고행의 길이 되고 만 것이었다.

    그 고생을 하고도 고향으로 가는 길은
    왜 그렇게 즐겁고 행복했던 것일까.

    아무래도 그것은 고향을 찾는 이들의 마음과
    그들을 기다리는 이의 마음으로 이어져서 그런가 보다.









애린
애린홈을 찾아주신 여러분
여전히 건강하시고 잘 계시지요?

저는 오랜만에 고향에 다녀와서
또다시 바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금방 잊혀질까 올려둔 고향길이 너무 궁색하여
약간의 살을 좀 붙여 수정하였습니다.

잊지 않고 찾아주시어
늘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 가득한 나날 되십시오~^^
2015-08-13
00: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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