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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깊은 날
애린  2015-05-18 23:49:40, 조회 : 861, 추천 : 101


    지난 어버이날,
    야근이 빈번한 딸아이가
    11시가 다 되어서야 귀가해서는
    케이크 카네이션 촛불을 켜더니
    허리춤에 감추던 두 개의 봉투를 내밀었다.

    봉투에는 일곱 장의 만원짜리 지폐가 있었고
    그 의미는 럭키세븐이란다.

    딸애는 태어나자마자부터 시작한 울음보가 어찌나 사납던지
    그야말로 자지러지게 운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그래서 어디라도 갈라치면
    없는 눈치까지 동원하느라
    떠나기 전부터 보통 비상인 게 아니었다.

    때문에 동생과의 나이차가 적지 않지만
    뜻밖의 해외 생활에서 그 나이차는
    세상에서 가장 적절한,
    둘도 없는 친구가 되곤 했다.

    그랬던 동생이 이제 고 1이 되고
    그 동생이 여자 친구랑 보겠다면 영화티켓을 부탁할 때면
    못 이긴 척 티켓을 끊어주던 속 깊은 딸내미,
    그 딸내미가 어느새 사회인이 되고
    그 안에 안착해가는 모습만 보아도
    얼마나 안쓰럽고 대견한지  모르겠다.

    그런데 케이크에다 용돈까지 내밀며
    “부모님 요긴하게 쓰세요 ” 라니...

    하여 우린 두말 않고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튤립 축제 마지막 날이라는 대천을 향했다.

    그런데 서둘러도 너무 서둘렀나 보다
    도착해보니 입장권을 사려면
    1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한단다.

    바쁜 일정에 늘 잠이 부족한 우리가
    딸이 준 용돈을 요긴하게 쓰겠다며
    그 이른 새벽에 길을 떠나다니...

    그도 모자라
    우리처럼 너무 일찍 도착한 사람들과
    매표소 앞에서 일찌감치 줄을 서고는
    때마침 몰려드는 찬 해무에
    오들오들 떠는 모습이란...

    그렇게 설레며 떠난 여행지에 도착해 보면
    언제나 예측 하지 못한 상황들이 돌출했고
    우린 그 상황들을 잘도 받아들이며
    좋은 것 예쁜 것만 추려 와서는
    마치 그게 전부였던 것처럼
    그속에 잠기어 뿌듯해 했다.

    그렇게 산다는 건
    뜻밖의 이야기를 쌓으며
    그것을 추억하며 한바탕 웃으며 사는 건지도 모르나
    그날 딸내미가 보태준 여비로
    우린 마감포 선착장 갑오징어 물회를 맛나게 먹었고
    튤립 낙화한 축제장 간이 상가에서 셀카봉을 샀다.

    그리고는 그곳에 출사 나온 전문 사진작가에게
    프로급 포즈 사진을 찍어와 끼운 액자를  
    내 책상 위에 세워놓고
    가끔 난 그날의 에피소드를 떠올리며
    빙긋이 웃어본다.


    Into The Light - Fukada Kyo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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